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양태와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비상식적인 핵 선제공격 법제화에 이어 중·단거리 미사일 혼합발사와 상공폭발 및 직접·산포탄 타격배합 그리고 150대의 전폭기를 동원하는 등 이례적인 무력시위로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제7차 핵실험이 예견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현실화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위협 수준과 강도는 현재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의 장소·시간·타격방식·섞어 쏘기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것은 2021년 8차 당 대회 때 주장한 핵무력의 소형화·경량화·규격화·전술무기화의 완성을 대내외에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 결국 전술핵으로 한국을 강압통제하고 전략핵으로 미국을 봉쇄하여 핵 보복과 거부 억지를 동시에 달성해 전쟁승리와 유리한 국면 조성을 위한 삼각 억지(Triangular Deterrence)전략을 완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핵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한국은 국가 안위와 존망이 달린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코 앞에 놓인 것이다. 그간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북감시·정찰 강화·미 전략자산 전개·한미 연합훈련 등 최소 억지 대책을 펼쳐왔다. 그들의 도발 억지에 일정 부분 효용이 있었다고 평가되지만 이제는 별로 의미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에서 자명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5월 한·미정상회담 결과 확장억제력 강화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도 북핵·미사일 도발 억지에 지렛대 역할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뉴욕을 희생하면서 서울을 지켜 줄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우리가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3축 체계는 완성되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이 여간 큰 게 아니다. 이처럼 엄중한 안보위기에도 여야 정치권은 국가위기 해소책 마련은커녕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에 시대착오적인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훈련의 본질을 왜곡·호도하는 야당의 행태는 어이상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고,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묻고 싶다. 오늘날 국가 간 복합적 상호의존의 심화 속에 국익에 따라 어제의 적과도 손을 잡는 게 국제정치의 냉혹함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정치지도자의 국제정세 오판으로 930여 차례 외침을 당했다. 그들은 입만 열면 국리민복을 읊조렸지만 자기기만적 현실부정으로 전화(戰禍)와 고초는 고스란히 백성에게 전가되었다.
자신의 의도가 고결하면 평화가 정착되고 전쟁 방지도 가능하다는 정치지도자의 착각은 그 자체가 국가재앙이다. N. 체임벌린의 유별난 평화사랑도 2차대전을 막지 못했다. 북한의 가짜 비핵화와 위장평화를 호도하는 행위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이적행위이다. 우리는 북한 핵무기·미사일 공격의 인질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주술(呪術)화 된 북한 비핵화 전략의 자기기만과 허구를 인정하고 그들과의 합의를 폐기할 때가 되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의 핵・재래무기통합 공격 양상은 곧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군비경쟁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재래전쟁에 기초한 국가안보·군사전략, 작전계획, 전쟁·전투 수행방식, 전력증강 등의 위기관리·전쟁 패러다임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 핵보유 방안 공론화가 필요하다. 당연히 동북아 지역 핵 도미노를 우려한 주변국, 국제원자력기구(NPT) 등의 반대와 압박이 수반될 것이다. 그럼에도 공동체의 안전과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돌파할 필요성이 있다.
첫째, 예컨대 자체 핵무장·전술핵 재배치·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 등 다양한 옵션을 놓고 대안 모색에 중지를 모을 때가 되었다. 둘째, 유사시 핵방호·생존성 보장대책 강화이다. 군 기지는 물론 국가핵심기반체계의 핵방호태세 보강, 민방위대피시설 재지정·보강 등으로 유사시 제 기능 발휘가 가능하게 대비해야 한다. 끝으로 국가총력전을 뒷받침하는 정부조직기능 강화다. 유사시 국가동원을 통한 전쟁 지원·정부 기능 유지·국민생활 안정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핵심 목표 중 하나다. 러시아 예비군의 동원 거부와 국외 탈출행렬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가위기관리와 전쟁에서 무기체계의 비대칭성과 총력전 수행 인프라 미비는 곧 취약성이자 패배를 의미한다. 핵은 핵으로 억지가 가능하다는 개념인 상호확증파괴(MAD)전략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다. 북한이 핵전력을 완성하고 핵무기를 어떤 상황(조건)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법제화까지 한 마당인만큼 더더욱 그러하다. 향후 대내외 정치·외교적 행보는 자체 핵보유에 대한 협의와 방안 모색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국가지도자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담대한 용기와 통합의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 여권에서 거론되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순환배치 등 방안은 한·미·일 모두 윈윈 할 수 있고 실효적인 대북억제력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된다. 야당도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해 차후 집권 발판을 닦아야 한다.
윤석열정부와 여당은 낮은 지지율에 얽매이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우직하게 국가위기 해소에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한다. 국가안보가 뒷받침되어야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서는 일이 가능한 법이다. 위기는 우리의 사정을 봐 주거나 이해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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