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년 사이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난 MBTI 열풍이 성격탐구 문화로 자리 잡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MBTI를 묻는 건 이름과 나이만큼이나 일상적인 대화의 주제가 됐다. MBTI라는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MZ가 즐기는 문화생활은 남과 차별하고 자신을 중심에 두는 경향이 뚜렷하다.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타인과 어울리면서도 활동의 중심은 자신에 둔다. 소위 말하는 ‘인싸’로서 그들만이 누리는 문화세상을 구축해간다.

MZ세대의 자아탐구 문화생활
MZ세대는 자아탐구에 빠져있다.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가꾸기에 바쁜 MZ는 문화를 통해서도 자신을 발견하고 자아를 갈구하는데 여념이 없다.
문화생활은 각양각색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린 후 봇물이 터진 뮤직페스티벌이 이들의 가장 뜨꺼운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신진작가들이 새로운 기법으로 창작해낸 작품들을 보러가는 미술관 나들이도 빠질 수 없다. 최근에는 이태원 퀴논길에 줄지어 있는 문화와 클럽이 공존하는 공간도 MZ들의 새로운 놀이터다.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김화정(37)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싸’(insider: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통한다.
‘힙’한 장소를 찾아가고 트렌디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김 씨에게는 시간이 금이다. 회사 업무를 마치면 문화생활이 시작된다. 각종 SNS에서 구독한 특색 있는 카페나 음식점을 찾거나 예술품이 전시된 이태원 클럽 무대에 오른다. 주말이면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봇물이 터진 ‘뮤직페스티벌’ 관객이 되어 떼창에 목소리를 더한다.
김 씨는 “인생의 모토가 경험과 기록이다”며 “매순간 기억에 남을 만한 이벤트를 즐기고 싶다. 취향에 맞는 전시회나 공간을 찾아가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그 순간을 SNS에 올려 결과물로 남기는 기록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누구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반겼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오랜 시간 침묵을 일관했던 문화계에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김 씨는 20대부터 각종 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해 축제를 만끽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터지면서 어쩔 수 없이 문화없는 감옥살이를 감내해야만 했다.

김 씨는 최근 주말마다 페스티벌 관중으로 변신한다. 11일에 열린 ‘에어하우스’를 시작으로 18일 서울드럼페스티벌, 25일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하며 떼창 부대에도 합류했다. 김 씨는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며 “애정하는 아티스트들을 무대에서 만나 내 삶은 더욱 풍성해졌다”며 넘치는 끼를 마음껏 펼쳐보였다.
김 씨는 ‘힙’한 공간도 찾아간다. 지난달에는 서울시 용산에서 5월27일부터 6월26일까지 한 달간 열린 ‘메이커스마크 독주라이브’ 팝업스토어를 다녀왔다. 메이커스마크는 1840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이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되는 핸드메이드 버번위스키로 빨간 왁스 봉인이 상징인 브랜드다.
김 씨는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이 만족하고 싶은 삶을 살아간다’라는 독주라이브 의미가 마음에 닿았다”며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주류와 춤을 즐기는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세상 유일한 메이커스마크의 상징인 ‘레드 왁싱캡’으로 제작된 커스텀 잔을 간직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끼리끼리 공유하는 취미생활
MZ세대는 취미활동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와인을 마시거나 직장 동료와 클라이밍을 즐긴다. ‘Wine Salon’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회원수를 가진 소셜 모임이다. 고려대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다양한 취미활동의 장으로 와인클래스 및 위스키시음회, 독서모임, 영화토론 등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진행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클럽하우스처럼 모임링크를 공유해서 참가하는 방식으로 주로 2030세대가 참여한다. 운영자인 최 작가(예명)는 “MZ세대는 자기 취향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안다고 생각하다”며 “또한 느슨한 관계를 추구해서 원데이클래스처럼 새로운 사람과 동일한 취미를 자유롭게 즐기는 모임에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MZ를 공략하기 위한 특별한 마케팅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작가는 “‘와인’이라고 하면 접근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벽이 있는데 그러한 편견을 깨려고 많이 노력한다”며 “격식을 차리고 고풍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캐주얼하지만 내용은 알차게 다루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며 어울리게 판을 만들어 주는 역할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지만 그 속에서 회사생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텀블러와 에코백으로 친환경생활
MZ세대는 환경을 사랑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2021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85.5%는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68.8%는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10명 중 7명은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기업의 제품을 고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MZ세대는 환경에 대한 높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환경보호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커피를 사러 갈 때 텀블러를 가지고 가고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가지고 마트에 간다. 또한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선택한다. 이처럼 MZ세대는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친환경을 지향하는 에코 워리어(eco-warrior)이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MZ세대 중에는 육식에서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는 비건주의자가 되는 사례들도 많다.
경상남도 진주시에 사는 이미령(36) 씨는 “2020년 7월17일에 다큐멘터리 ‘도미니언’을 본 직후 비건 지향을 결심했다. 이 프로그램은 공장식 축산에 대한 현실 고발 다큐인데 인간이 동물을 어디까지 착취할 수 있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며 “단순히 인간의 목적(먹고 입고 유희하고 실험 도구로 이용하는)에 의해 동물들이 태어나고 죽임을 당하는 걸 보면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마치 지옥도를 목도한 기분이었다”며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비하지 않는 것’이므로 실천하기 쉽고,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채식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고 다짐했다.
이 씨는 비거니즘이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먹거리뿐 아니라 의류나 화장품을 살 때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루얼티프리(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은)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입하려 하며 플라스틱 용기도 지양한다”며 “식료품의 경우 채소 본연의 향과 맛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연상태로 먹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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