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위즈데이타
잎샘추위
어차피 떠나가야 할
고단한 삶에 찌든 마지막
동(冬)장군.
꽃이 피는 걸 시샘 하는가
오늘처럼 나직이
가랑비가 내리는 날이면
돌이 되어 슬피 우는
물고기가 된다.
이제
집착과 아집을 버리고
머물 수 없는 봄비 따라
떠나가는 길목에
어느 덧
문 틈새로 성큼 다가 서는
봄 햇살
머지않은 날
네 손에 묻혀
떠나간 나뭇잎이
다시 푸르게 피어나겠지.
<深頌(심송) 안호원>
☞ 생명
봄의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사계절을 모두 담아내는 인생의 희노애락 시어들이 멋들어진다. 시인은 어둠과 추위를 싫어한다. 동(冬)장군을 “어차피 떠나가야 할 고단한 삶에 찌든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안다. 왠지 겨울의 그 추위가 삶의 영욕을 부추기는 것 같아 싫다. 봄을 시샘하듯 맹위를 떨치는 ‘잎샘추위’도 그래서 반갑지 않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머지 않은 날 네 손에 묻혀 떠나간 나뭇잎”이라며 봄의 따스함 속에 가을까지 반추하고, 추위를 멀리하며 여름을 기다리겠다는 속내를 가진 시인은 “다시 푸르게 피어나겠지”를 소망하며 가까워진 신록을 부풀게 기대한다. 인생의 사계절 내음이 사이사이 피어나 고리처럼 연결되어 자연의 사계절과 교감한다.
시인의 평소 행실을 보면 생명을 정말 소중히 여긴다. 겨울 추위는 생명을 위협하지만 봄은 생명을 잉태시키며, 여름은 생명을 키워내고 가을은 생명들의 떠나감이라는 아쉬움들이 시어들에서 묻어난다. ‘동장군아 물렀거라! 봄 햇살이 나가신다’라고 누군가 목청껏 외치는 듯싶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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