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최근 강제 북송되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경(經)중(重)에 따라 교화소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지게 된다. 경중을 가르는 기준은 월남 시도자, 종교단체접촉여부, 남한사람 접촉여부, 가족단위 탈북 등이 중에 속하고 이외의 단순 탈북자, 여권기간이 만료된 불법체류자 등이 경에 속한다.
경에 해당하는 탈북자정책은 시기에 따라 변해 왔다. 경의 경우 90년대 후반부터 2005~6년 경 까지는 처벌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강제 북송되더라도 최대 6개월의 노동 단련형을 선고 받게 돼 거주지 관할 군에 설치된 단련대로 보내진다. 때문에 재력이나 연줄을 동원하면 단련대에 가지 않고 교양처리(훈방조치) 되는 경우도 있고 단련대도 편하게 보낼 수 있다.
필자도 중국에 드나들며 몰래 장사를 하다 중국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되었던 적이 있다. 사스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던 시기인 2003년 5월 경 물품구입 때문에 중국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공안사복경찰들에게 체포돼 강제 북송된 것이다.
사스 때문에 군병원에서 10일간 격리 수용된 후 보위부에서 3일간 취조를 받았다. 다행히 연줄을 동원해 훈방조치 됐지만 지역 간 교체검열에 문제가 되어 3개월의 노동 단련형을 받고 단련대생활을 하게 됐다.

▲ 체포한 탈북자를 구타하고 있는 국경경비대원과 보위부 요원=탈북시도자나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에게 이정도의 매는 일반적이다. 한번 잡히면 ‘매 썰썰이를 뗀다’(썰썰한 빈속을 채우기 위해 많은 음식을 먹듯이 많은 매를 맞는다는 북한표현)고 말할 정도로 많은 구타를 당한다. <사진=필자제공>
단련대에 가면 수감자들 내에서 죄목에 따라 레벨을 정하는데, 비법월경은 상위레벨에 속해 고참들의 학대가 비교적 덜해 조금은 쉽게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부터 처벌수위가 훨씬 높아지면서 노동 단련형이 아예 없어지고 최소 1년 이상의 교화형(징역형)이 적용됐다.
교화형이 적용되면 관리주체가 행정기관에서 법 기관으로 바뀌어 질적으로 달라진다. 또한 교화소가 정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한 북한실정에서 가족들이 면회한번 가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면회횟수가 현저히 줄어들며, 이는 자연히 영양실조나 죽음으로 연결된다.

▲ 악명 높은 전거리 교화소의 위성사진과 수감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린 그림=전거리교화소에 수감됐던 처제의 증언도 일치했다. 서로의 다리를 배위에 올려놓고 누워야 다 누울 수 있는 침실과 시체보관소에서 시체를 파먹는 쥐와 동네 개들. 심지어 개들이 죽은 사람의 팔을 물고 다닌다고 한다. 교화소에 들어가는 순간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다 겪게 된다. <사진·이미지=필자제공>
2009년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필자의 처제도 3년형을 받고 회령 전거리 교화소에 수감됐다. 양친이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면회 갈 사람이 없어 3년 동안 거의 면회가 없었지만 바느질솜씨가 남달랐던 덕분에 재봉팀에 배속돼 다른 사람들보다 편하게 수감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살아남았다고 한다.
식사라곤 옥수수 껍질이나 벼껍질을 삶은 것을 크림통 만한 사이즈로 찍어 주는 일명 단지밥 한 덩어리가 고작이고 매일 14~16시간씩 고된 노동에 내몰린다고 한다.

▲ 최근 강제 북송된 탈북고아들=아이들이 들고 있는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일곱 글자는 탈북자들이 죽음으로 가는 고속열차 티켓이나 같다. <사진=조선일보 캡처>
하지만 중에 해당하는 탈북자들은 처음부터 일관된 강한 처벌을 받아왔다.
90년대 후반 처음 목격한 공개처형에서 세 명의 사형수중 한명이 중국에서 한국기독교단체가 지원해준 식량을 가져다 먹은 것이 사형의 이유였다. 종교나 남한에 대한 단순 접촉도 각종 죄목을 덧붙여 공개처형을 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중(重)에 대한 정책이었다.
친척 중에 가족들과 함께 탈북해 한국으로 오기 위해 몽골로 향하다가 중-몽국경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된 후 가족모두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 사례도 있다.
가족단위의 탈북은 100% 한국행으로 간주하기에 부인해도 소용이 없다. 때문에 탈북자들은 중국공안에 체포되더라도 취조 중에 한국의 한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쯤은 기본적인 상식으로 통한다. 북한보위부에서는 그 어떤 회유와 고문을 받더라도 입 밖으로 절대 새어나오면 안 되는 말도 한국과 기독교이다.
결국 처벌 기준이 한국과 기독교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최근 강제 북송된 탈북고아들은 이런 중(重)에 해당하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춰 정상적인 북한의 처벌기준을 적용하면 100%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공개처형을 당하게 된다. 가족도 없는 고아들이 대부분이어서 공개처형을 당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 탈북자연대 회원들이 라오스 탈북청소년 9명 강제북송을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탈북자를 이용한 선전 사례 등을 보면 예사롭지 않은 북송과정이나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처벌보다는 당분간 김정은의 인덕정치 선전에 희생양으로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그들이 갈 최종 기착지는 정치범수용소나 사형장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불쌍한 어린생명들과 향후의 재발방지를 위해 외교당국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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