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하나카드의 영업 형태에 대한 잡음이 일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중금리 카드론을 중심으로 한 영업방식으로 인해 여신건전성도 크게 악화돼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사진은 하나금융지주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의 경영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하나카드의 지휘봉을 잡은 정 사장은 영업실적을 크게 개선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지만 단기 실적 개선을 위해 건전성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금리 카드론 위주의 영업을 펼친 덕분에 단기 이익은 개선됐지만 여신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부실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드사 중 유일하게 카드론 수입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금리 카드론의 경우 이용자 대부분이 신용등급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서민들이다. 가계대출 부실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을 상대로한 금리 장사를 통해 쉬운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은행출신 영업통’정수진 사장…당기순이익 7배 증가 ‘공로’ 연임 성공
지난달 21일 하나금융지주는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정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동안 하나카드를 이끌게 됐다. 일반적으로 계열사 사장들은 최초 2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정 사장은 지난 2015년 하나저축은행에서 1년의 임기를 채우고 하나카드로 옮겨 취임 당시 1년의 임기만을 보장받았다.
정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급격한 실적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1년의 짧은 시간동안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 속에서 정 사장은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1월 공개한 ‘2016 경영실적’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지난해 7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01억원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정 사장은 카드사가 아닌 은행권 출신 인사로 하나금융 내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힌다. 전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1년 보람은행에 입사했다. 보람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되면서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8년 남부영업본부장, 2011년 호남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 정수진(사진) 사장은 하나은행 내에서 ‘영업통’으로 불리며 남부영업본부장과 호남영업본부장, 채널1영업그룹 총괄부행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정 사장은 하나카드 사장을 역임한 1년 동안 영업력을 바탕으로 양적성장을 이뤄냈고 1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채권 관리 부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업력을 인정받은 정 사장은 2013년 리테일영업그룹 총괄부행장을 지냈다. 이듬해 채널1영업그룹 총괄부행장을 거치고 2015년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가 되며 하나은행을 떠났다. 지난해 하나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 사장은 하나금융그룹과 연계효과를 높이기 위해 멤버십마케팅팀과 은행제휴팀을 신설하는 등 공격적 영업에 나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중금리 카드론 위주 영업방식…채권 관리 ‘부실’ 지적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 사장의 영업방식에 대해 비판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1년의 짧은 임기 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단기간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중금리 카드론’ 영업에 치중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기준 하나카드는 2조2415억원의 카드론 이용실적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67% 증가했다. 이는 업계 평균 증가율인 8.8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카드론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 7개 카드사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업계내에서 카드론 증가율이 두 번째로 높은 KB국민카드(13.40%)와도 7%p 이상 차이난다. 가장 낮은 카드사는 우리카드로 4.19% 감소했다.
하나카드의 카드론은 주로 중금리 대출 위주로 이뤄졌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카드론 중 연이율 14~20% 사이의 대출액이 77.66%를 차지했다. 이는 업계 평균 53.31% 비해 24%p 이상 높은 수치다. 하나카드 다음으로 중금리 카드론 비중이 높은 현대카드(58.19%)보다 약 20%p 높다.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또 하나카드는 카드론 수입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업계 추세와 달리 오히려 증가했다. 카드론 수입비율은 카드사가 카드론을 통해 얻은 수익을 연평균 금리로 환산한 수치다.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카드론 금리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4분기 14.80%의 카드론 수입비율을 기록했다. 1분기 14.41%에서 2분기 14.47%, 3분기 14.71%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나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들의 수익비율이 줄어든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더욱이 ‘중금리 카드론’은 가계대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은행권 대출규제로 인해 서민들은 제2금융 대출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카드론의 경우 대출 문턱이 낮은만큼 상환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중심으로 카드론 이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중금리 카드론 대출시장이 가계부채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 역시 지난 15일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카드론 대출 적정성을 검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리한 카드론 영업은 향후 하나카드에 대손충당금, 대손준비금, 여신건전성 등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하나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대손준비금으로 사용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카드사 영업실적에서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대손준비금 적립 후 금감원 기준)은 단 2억원에 불과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하나카드의 여신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하나카드의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 비율)은 업계 최고치인 1.7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0.19%p 증가했으며 정 사장이 취임한 3월 대비 0.52%p 상승했다.
카드업계 평균 부실채권 비율은 1.09%다. 1개월 이상 연체채권 비율 역시 1.68%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서 정 사장의 하나카드 실적개선이 실제로는 ‘속빈강정’에 불과하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1년의 짧은 임기 동안 실적을 내기 위해서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이 무리하게 중금리 카드론 영업을 추진한 결과 여신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의 위험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대출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수진 사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카드론 이외에 수익 다각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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