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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승절’이라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2주년(7월 27일)을 맞아 대규모 경축행사를 개최하며 체제 결속을 다졌지만, 예년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미·대남 비난 메시지를 자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국제 정세를 감안한 신중한 기조 조정이라는 분석과 함께, 북중 관계의 미묘한 균열도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우의탑’을 찾아 6·25전쟁 당시 북한을 지원한 중국 인민지원군을 추모하는 헌화를 진행했다. 그는 “중국 열사들의 전투적 위훈과 공적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북중 친선이나 전략적 협력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북한 매체들도 관련 보도를 극히 축소하면서, 전통적 북중 우호의 온도차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1973년 정전협정 체결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했고, 1996년부터 이를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격상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올해 72주년 행사는 체제 결속과 전승신화 재강조라는 기존 틀을 따랐지만, 북한 지도부의 언행 변화는 외부 세계와의 긴장 수위를 조절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당 국제부장 등 외교·당 핵심 간부들과 함께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 등을 방문해 전승세대의 ‘반미 항전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수령님의 전승 업적은 세기를 이어 모든 승리의 기초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도전이 있더라도 반드시 부국강병의 대업을 성취하고, 반제반미 대결전에서도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승절 당일인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 야회와 축포 행사도 열렸다. 김 위원장은 공식 연설에 나서지 않았고, 대미·대남 강경 발언도 없었다. 이는 2022년 전승절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실명 비난했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23년 이후 김 위원장은 전승절 연설을 중단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전략적 침묵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여전히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조시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세계 최강 미제를 타승한 위대한 명절”이라며 “원자탄을 휘두르는 제국주의 강적도 능히 타승할 수 있다는 것이 조국해방전쟁의 진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날 포병 훈련에서 모범적 성과를 낸 제4군단 28보병사단 16포병연대 3대대 2중대 병사들과도 만났다. 그는 “전시에는 싸움을 잘하는 군인이, 평화시기에는 훈련을 잘하는 군인이 영웅”이라며 “승리의 돌파구를 열 일당백 포병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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