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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난번 약국이 더 싸더라. 여긴 비싸네. 저건 거기서 사야겠어”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왕이면 좀 더 저렴한 곳에서 가격 비교하고 구매하는 편이다.
마트형·창고형 약국을 연이어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제품 수도, 계산대 줄도, 진열 규모도 아니었다. 휴대폰을 들고 의약품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는 소비자의 모습이었다. 또는 약사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블로그에서 제품 리뷰를 보고 구매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이소보다 더 저렴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특정 약국을 찍고 가는 동선, 그리고 “같은 약인데 왜 여기는 더 비싸요?”라는 질문. 진열대 앞에서 제품을 고르는 그 모습은 마치 대형마트의 식품 코너와도 닮았다. 약이라는 존재가 과연 이런 방식으로 소비돼도 되는 것일까.
셀프메디케이션의 방향이 달라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셀프케어와 셀프메디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하다. 정부도, 약사회도, 예방과 자가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소비자가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약을 고르며 약사 없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마트형·창고형 약국의 논란도, 다이소 저가 건기식 �決뉘� 결국은 가격 중심의 구매 행태로 귀결된다.
소비자의 의약품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정보 접근성은 높아졌고 가격 비교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가 됐다.
판매자 표시제가 시행된 후 일반약 가격은 약국 자율에 맡겨졌고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은 다를 수 있다. 이것이 정상이다. 문제는 지역 약국과 약사회가 과연 이런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었느냐는 점이다.
상담과 설명, 개인 맞춤형 복약지도라는 의료적 자산으로 의약품의 가치를 높이지 못한 채, 일부 약국조차 가격 경쟁에 합류했고 소비자는 결국 더 싸고 큰 약국으로 옮겨갔다.
창고형 약국이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다. 드럭스토어 모델은 이미 올리브영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접목 시도가 있었고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일반약이 접점을 만들어 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런 약국들을 찾는 이유와 그곳에서 만족을 느끼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지역 약국은 없다는 사실이다.
“약국을 가격으로 고르는 게 뭐가 문제야?”라는 질문에 이제 약사회와 제도권 모두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약국이 소비자에게 시대에 뒤처진 공간처럼 보이는 이유는 운영 방식과 사고방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소비자보다 먼저 약국이 바뀌어야 한다.
일반의약품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지 않고 약국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약국마다 거래하는 유통업체나 매입 단가도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제품이라도 약국마다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특히 대형 약국은 대량구매를 하기 때문에 단가 절감으로 저가 판매가 가능한 구조다.
문제는 가격은 다른데 상담 태도나 약사의 설명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같은 설명, 같은 제품이라면 당연히 더 저렴한 곳에서 산다. 이제 약국도 변화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복용법 설명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설명, 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제안 등을 함으로써 특정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이다.
정확한 설명, 신뢰할 수 있는 조언, 그리고 어느 곳보다 내 몸을 잘 아는 곳이라는 경험이 쌓이지 않는 한 약국은 더 이상 건강관리의 거점이 아닌 가격 비교의 공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소비자 탓을 하기보다 ‘왜 약사가 사라진 약국’이 되었는지를 성찰할 때다. 2000년 의약분업 직후 시작된 단골 약국에 대한 논의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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