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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국빈 방문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윈저성 만찬에서 연설 후반부 대부분을 불어로 했다가 현지 보수 매체에게 “무례하다”고 비판받았다. 9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영국의 GB뉴스는 마크롱의 만찬 연설 생중계를 갑자기 중단하면서 진행자 패트릭 크리스티스가 “영어로 말하는 예의를 보이지 않아 중계를 멈추겠다”며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자인 마크롱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하면 다시 중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함께한 출연진도 마크롱의 불어 사용을 비판했다. 한 패널은 “프랑스 대통령의 영국 방문 시 연설 80%가 불어”인 것에 “굉장히 모욕적인 느낌”이라며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해 못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찰스3세 불어를 “중급 수준”으로 규정한 다음 “그런 국왕 앞에서 (자기들끼리) 쑥덕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불쾌해 했다. 이런 지적과 달리 찰스3세에겐 불어 실력을 드러낼 기회가 자주 있었다. ‘외교어’ 불어를 어려서부터 철저히 교육받았기에 2023년 프랑스 국빈 방문 시 만찬 연설 때도 불어·영어를 병용했다.
반면 보통 영국인들은 대체로 외국어 무능력자다. ‘해가 져버린 나라’ 영국이 미국 패권 덕분에 여전히 영어만으로 아쉬움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2012·2018년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성인 약 39~45%가 영어를 ‘일정 수준 이상’ 구사한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도 약 25~30%이며 이 수치는 이후 훨씬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브리티시카운슬 보고서(2013·2019)엔 영국 성인 약 23%가 학교에서 불어를 배운 적 있을 뿐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다’는 약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온다.
역대 프랑스 정상 중 영어 능력 최고로 평가돼 온 마크롱의 경우 자국 내에선 영어를 너무 쓴다고 쓴소리를 듣는다. 작년 7월 파리올림픽 개막식 전 엘리제궁 기자회견을 영어로 하자 “공화국 언어를 프랑스어로 규정한 헌법2조 위반”이라며 공격한 현지 언론이 있었다. 영국보다 앞서 식민대국이었던 프랑스는 ‘국어’ 개념을 창출해 통일된 언어에 기반한 다인종·다민족 통합을 구상한 최초의 국가였다. 이를 언어 내셔널리즘으로 연결지은 프랑스가 점차 영어시대에 적응 중인 가운데 종종 이렇게 양국 자존심 대결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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