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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이 병들고 낙동강이 죽고 있다.”
중금속 오염이 장기화된 영풍 석포제련소를 두고 시민사회가 제련소 폐쇄와 오염 부지의 전면 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10년간 정화율이 고작 2%에 불과한 가운데 현장 구조상 제대로 된 정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오염된 땅 위에 제련소가 그대로 버티고 서 있는 한 낙동강 수질과 인근 생태계는 회복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는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1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쇄와 오염 복원 이행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유해 중금속 오염 부지의 정화 명령 기한이 만료된 바로 다음 날 개최됐다.
여기서 말하는 정화 명령 기한 만료란 영풍 석포제련소가 카드뮴 등 6개 유해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라는 행정 명령의 이행 마감 시점이 지나간 것을 의미한다.
2015년 봉화군은 석포제련소 내 아연 원광석 및 폐기물 보관장 등에서 법적 기준을 초과한 중금속 오염이 확인되자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2년 내 정화를 명령했다. 그러나 제련소 측이 정화 작업을 지연하거나 연장 요청, 행정소송 등을 반복하면서 실제로는 10년 가까이 이행이 미뤄져 왔다.
영풍이 2015년 정화 명령을 받은 후 소송으로 시간을 끌다 2023년에야 의미있는 정화를 시작한 사실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나마도 1공장 16%, 2공장 2%라는 낮은 정화율은 사실상 책임 회피로 해석된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 팀장은 “10년간 끌어온 행정 소송은 계획된 지연”이라며 “이제는 폐쇄와 정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경 피해는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 인근 산에는 소나무 집단 고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동시에 위치한 안동댐 저질토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다. “산 소나무가 붉게 변해 있다”는 지역 주민의 증언도 나왔다. 주민 건강 피해는 오랜 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특성상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화 대상 오염이 대부분 건물 하부 깊은 지하까지 퍼져 있어 건물을 철거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영풍은 수천억 원을 들여 정화 중이라고 주장하지만 애초에 오염을 방치하지 않았다면 이런 비용도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과거를 세금과 자연이 떠안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석포제련소에 설치된 무방류 시스템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부 장비가 가동 중이지만 공장 자체가 노후한 데다 지하 오염 물질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지 못해 사실상 외부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게 환경단체의 평가다.
시민사회는 이재명 정부의 ‘낙동강 살리기’ 공약 이행도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유로 환경오염을 외면해온 정부의 관행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며 “낙동강의 수질 개선과 국민 건강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는 봉화군 지역 경제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어 공장 이전 논의에 지역 일자리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지금 필요한 건 폐쇄냐 존속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피해 없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로드맵”이라며 “정부, 기업, 시민이 함께 해법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한 관계자는 “공장 이전, 오염 복원, 노동자 전환고용까지 모두 포함한 장기적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제는 버티기로 일관할 때가 아니라 책임 있는 전환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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