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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숫자에 갇힌 영화, 그 이면의 가치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26 00:02:30
▲ 이유경 피플인터뷰팀 기자
단순한 사진 정보에 의존해 인터넷에서 옷을 사듯 영화는 이제 숫자와 이미지로 재단되는 시대다.
 
화려한 포스터 한 장, 개봉 첫 주말 매표 스코어, 포털에 쏟아지는 한 줄 평이 작품의 운명을 좌우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선택을 돕는 편리한 지표이지만 동시에 이런 것들이 영화가 품은 다층적 서사를 가려 버린다. 지난달 극장가 풍경이 그 단적인 예다.
 
6월 극장가는 ‘신명’ ‘드래곤 길들이기’ ‘엘리오’ ‘28년 후’ ‘퀴어(가제)’ ‘바다호랑이’까지 여섯 편의 영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상영관 배치표는 며칠 만에 바뀌었다. 어떤 작품은 개봉 나흘 만에 상영 회차가 급감했고, 예매율이 한 자릿수에 머문 영화는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투자·배급사로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 다음 프로젝트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엔 흥행작 가뭄이 심각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 가운데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한 작품이 아직 없다. 
 
가장 잘나가는 작품도 관객 수가 300만 명대에 머물러 있어, 투자 위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숫자가 볼 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단편적인 평가와 함께 작품의 절대 가치로 오독된다는 점이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영웅 잠수사 나경수님을 통해 아픔을 재조명했다. 흥행 성적은 미미하지만 묻혀 있던 질문을 스크린으로 소환한 시도 자체가 영화의 존재 이유다.
 
‘신명’은 전통 굿과 현대 발레를 결합해 무형문화재의 생명력을 증명한다. ‘엘리오’는 상업적 안전판을 버리고 미니어처와 스톱모션을 맞물려 독특한 질감을 완성했다. 
 
스코어 만으로 본다면 이들의 실험은 실패로 기록되겠지만 영화적 언어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숫자에 매몰된 평가는 리뷰 문화에서도 반복된다. 관람 직후 남기는 별점은 정보의 속도를 높이지만 깊이는 떨어뜨린다. 이백 자 평가는 관객의 경험을 응축하지만, 맥락 없는 단문은 편견을 강화한다. ‘노잼’ ‘지루함’ 같은 단어가 저마다 다른 기대와 취향을 하나의 잣대로 압축한다. 그렇게 또 한 편의 영화가, 포스터만큼 피상적인 인상으로 소비되고 사라진다.
 
시선을 조금만 확장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화석같은 가치를 담은 지층이 드러난다. 한 장면의 미술적 배치, 음악이 불러내는 시대적 배경, 감독이 선택한 렌즈의 초점 거리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스크린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숫자와 한 줄 평 뒤에 숨어 있는 질문은 관객이 발견해 주어야 답으로 등장한다.
 
영화 산업은 자본이 지배하는 거대한 공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성을 저버릴 수는 없다. 상업성과 예술성의 융합을 통해 관객은 다채로운 경험의 세계에 초대받을 수 있다. 
 
올여름 극장을 찾는다면 포스터와 예매율을 확인한 뒤 쉽게 판단하지 말고 영화가 서 있는 사회적·미학적 맥락을 한 번 더 살펴보자. 
 
작은 수치 뒤에 가려진 거대한 의도, 저조한 스코어 아래 묻힌 치열한 실험 정신을 발견하는 순간, 문화 소비는 투자 이상의 가치로 되돌아온다. 더 나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취향을 접근하기 쉬운 정보에 대입시키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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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자   2025-06-26 18:44 수정          삭제 이유경씨, 중국간첩 99명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시오. 떳떳하면 침묵할 필요 없지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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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6
이유경   2025-06-26 21:15 수정            삭제 제 생각은 거짓뉴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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