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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약 30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셔틀외교 재개와 미래 협력 강화에 뜻을 모으며 한·일 관계의 새 출발을 알렸다. 양국이 나란히 “작은 차이를 넘자”고 한목소리를 낸 건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특히 수교 60주년을 맞은 올해,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선언한 것은 상징 이상의 정치적 결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첫 외교 무대 데뷔이자 ‘정상외교의 복원’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시점에서 주목받는 시험대였다. 지난 6개월간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외교 채널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던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G7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을 가짐으로써 대한민국의 존재가 국제사회에 다시 부각됐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재개의 선언을 넘어 감정과 과거의 굴레를 벗고 국익 중심의 실용 노선을 향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가면서도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사실상 ‘투 트랙’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감정을 자극해 단기적인 정치적 지지율을 올리는 전술보다는 현실적인 외교 해법을 고민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국제 정세가 격변하는 지금 한·일 양국이 언제까지 과거사 프레임 안에만 머물 수는 없다.
현재 동북아시아는 북핵과 중국·러시아 등으로 인해 안보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중대한 변수다. 이런 조건하에서 한국과 일본이 전략적 협력을 통해 역내 안정과 공동 번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각자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감정의 장벽을 넘고, 실질적 협력과 공동 대응을 설계하는 기초공사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첫 외교 무대가 과연 ‘성공적인 데뷔’였는가에 대해선 의문도 남는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단 한 장의 사진조차 남기지 못한 것은 이 대통령 외교의 허점을 드러냈다.
영국·일본과는 각각 무역·안보 회담을 가진 트럼프가 유독 한국과의 접촉을 배제한 것은 단순한 일정 문제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 무산과 관련해서 대통령실이 내놓은 “급박한 상황”이라는 해명은 G7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불안정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가 한국 대통령을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단지 예우의 문제를 넘어 현재 한·미 관계의 뿌리 깊은 구조적 불균형을 보여준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노선은 일견 균형 잡힌 것으로 보이나,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이 감당해야 할 외교적 부담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대통령이 향후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일관성과 분명한 전략을 보일 수 있을지가 외교력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이다. 양국 정상이 밝힌 셔틀외교의 재개와 실질 협력의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외교 실무라인과 내각이 이를 뒷받침할 역량과 정치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한국 내부에서 대일 외교가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치권 전반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잿더미만 뒤적이며 싸울 여유가 없다. 경제·안보·기후·공급망 등 양국이 협력해야 할 의제는 쌓여 있고, 이를 풀어 갈 시간은 짧다. 첫발을 내디딘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가 얼마나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길을 개척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진짜 시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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