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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의 빚을 지지 않고는 집 한 채 갖기 어려운 사회. 이 기형적 구조가 바로 부동산 거품의 실체다. 지금 필요한 건 숨통과 질서를 동시에 잡는 양손잡이 정책이다. 시장의 온도를 높일 ‘금리 인하’와 열기를 다스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고금리에 따른 거래 절벽, 연기된 분양 일정, 투자심리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빠져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 흐름을 보인다. 이는 ‘실수요 중심 시장’이 아니라 ‘자산 불균형 시장’이란 점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반복된 투기성 매입 → 가격 상승 → 추가 투자라는 순환 구조가 낳은 결과다.
일각에선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실수요자까지 옥죄는 규제라며 반발한다. 하지만 DSR은 연간 소득에 비해 빚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 앞으로 금리가 올라도 문제없도록 대출 한도를 미리 조절하는 안전장치다.
특히 DSR은 여러 채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반복하는 다중 대출자나 상환 위험이 높은 고위험 차입자들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투기성 자금의 과도한 시장 진입을 막고 건전한 주택 거래 질서를 확립한다.
주택시장을 과열시킨 주범은 실수요자가 아니었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여러 채의 집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자산 가격은 급등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대를 만들어 냈다.
누구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건 위험하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대출은 ‘도움’이지 ‘필수’가 되어선 안 된다. 수억 원의 빚 없이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구조는 시장의 실패를 뜻한다. ‘대출이 안 돼 집을 못 산다’는 말은 곧 ‘대출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집’이라는 뜻이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는 결국 상환 불이행과 금융 불안을 초래한다.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출을 무조건 완화하는 것은 사실상 실수요자를 부채의 늪에 밀어 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금리 인하와 과열을 막아 주는 DSR 규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장의 심리를 바꾸는 신호다. 한국은행이 2.50%에서 2.25%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실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움직여도 된다는 심리적 여유를 줄 수 있다. 특히 중단됐던 분양 일정이 재개되고 관망세에 들어갔던 실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리 인하를 대출 완화로 착각해선 안 된다. 금리는 시장을 움직이게 하지만 자금의 흐름을 통제할 장치는 여전히 필요하다. DSR 규제는 이러한 질서를 세우는 장치다. 자금이 무분별하게 풀리면 또다시 버블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대출로 마련한 집은 축복이 아니라 굴레다. 이제 부동산시장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 더 많이 빌린 사람이 유리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이제는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실수요 중심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부동산시장의 건강한 정상화이며 금리 정책과 대출 규제가 함께 가야 할 이유다. 감당 가능한 집에서 능력만큼 빌리고 사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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