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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 2025-07-1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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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쓴소리할 참모 필요
[스카이 View] 그래서 대출금리 오르나 내리나?
이자 장사로 떼돈… 손해 보고 대출?
압구정 아파트 1년 새 32억 상승
정책 최우선 과제부터 설정하라
 
“내 방패는 튼튼해서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다.” 창(矛)을 파는 장사꾼이 말했다. “내 창은 날카로워서 무엇이든 꿰뚫는다.” 방패(盾)까지 팔려던 장사꾼의 입을 다물게 한 질문이 있었다.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 한비자는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와 어떤 방패라도 꿰뚫는 창이 동시에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모순(矛盾)이란 고사성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가리킨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 아니냐?”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TF에서 은행의 이자 수익을 지적했다. 예대금리차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다. 대통령 말씀에 놀란 은행은 수익을 줄이더라도 대출금리를 낮추려 했다. 그러나 웬걸, 금융감독원은 대출 담당 부행장을 모아서 대출 규제를 주문했다. 대출 금리를 높여서라도 대출을 막으란 뜻이다. 대통령은 대출금리를 낮추길 바라지만 금융당국은 대출금리를 높이라고 요구한 셈이다. 민생을 살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말이 모순되면 곤란하다.
 
야당과 여당의 태도는 달라야 한다. 국정을 감시하는 야당과 국정을 이끌 여당의 역할과 책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의원 시절이었던 2022년 7월 대기업 감세를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횡재세(초과이익 환수) 신설 노력을 언급하면서 대기업을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줄이려는 정책을 빨간색 청개구리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 11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를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횡재세를 거둬서 삶이 어려운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니 긍정적인 반응이 꽤 있었다. 
 
의외로 금융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은행이 나쁜 거 아냐?” “예금 이자는 조금만 주면서 대출 이자는 많이 받잖아!” 얼핏 들으면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산업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라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보다 비싼 가격에 파는 건 당연하다. 은행도 예금 이자보다 대출 이자를 더 받아야 수익을 낸다. 그런데 이자를 더 받아서 문제란 식으로 말하는 건 기업에게 이윤을 추구하지 말라는 강요에 가깝다. “대출이자를 줄이다 은행이 망하면 어떡하냐”고 물으면 그제야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높은 게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대통령은 취임 첫날(4일) 예대금리차를 거론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예대금리차 자료(4월)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1.44%p)부터 신한은행(1.53%p)과 하나은행(1.43%p), 우리은행(1.35%p)을 거쳐 NH농협은행(1.39%p)까지 1.35~1.53%p에 불과했다. 미국 대형은행의 예금과 주택담보대출 예대금리차는 약 5~6%p나 된다. 금융이 발달한 홍콩과 싱가포르도 약 5%p라고 알려졌다. 시중은행이 부당하게 떼돈을 벌었다고만 볼 수 없는 셈이다.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만 보고도 놀란다. 대통령 발언에 놀란 은행은 16일 금융감독원 호출을 받았다. 대출금리를 낮출 궁리를 하던 대출 담당 부행장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라는 당부를 받았다. 서울시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발언을 2주도 안 돼 뒤집어야 할 정도로 집값 상승이 매섭다. 한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로 예상되고 경기 침체로 국민의 삶은 고달파도 부자들은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들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아파트(183.41㎡)는 최근 101억 원에 팔렸다. 68억 원짜리 아파트가 1년 만에 101억 원에 팔렸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서울 직장인이 지난해 받은 평균 근로소득은 약 4900만 원이었다. 월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206년을 모아도 살 수 없는 가격인 셈이다. 세간에는 “오세훈이 올린 강남 집값이 이재명을 보고 더 오른다”는 말이 들린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 탄생에 부동산 가격 상승을 예측하는 국민이 많다. 정부와 대통령이 모순을 드러내면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회사 임원은 “빈부 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심각한데 특히 부동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면서 “집값이 올라서 좋긴 하지만 대통령이 집값 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부지런한 대통령은 그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참모와 국정 목표에 맞는 정책 수단을 꼼꼼하게 챙길 공무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참모와 공무원이 일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서되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판단하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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