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9º
습도 45%
목포 26º
습도 60%
)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화 시리즈이며 스파이 영화의 대명사인 ‘007 시리즈’의 작가는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다. 그러나 그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비밀정보부(SIS·MI6)의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언 플레밍은 1908년 5월28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발렌타인 플레밍은 스코틀랜드 명문 은행가의 아들로 헨리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군 소령으로 참전해 1917년 프랑스에서 전사했다.
1921년 플레밍은 영국의 명문학교인 이튼 스쿨을 거쳐 1926년 샌드허스트 왕립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딱딱한 분위기에 질려 1년 만에 중퇴한 후 스위스 제네바 대학과 오스트리아 키츠뷔엘의 작은 학교에 다녔다. 어머니의 권유로 대학을 마치고 외무고시에 응시했으나 낙방하고 1929년 로이터 통신에 입사해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이오시프 스탈린 치하의 소련 공산주의 체제를 체험했다. 귀국 후 잠시 런던 주식시장에서 가업인 중계상으로 일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플레밍은 1939년 5월 당시 영국 해군정보국(NID) 국장이었던 존 고드프리 제독의 보좌관으로 영입되면서 정보 업무에 첫발을 디뎠다. 해군 자원 예비역 장교로 군 생활을 하며 정보국장을 보좌하는 직책상 영국 해군과 관련한 광범위한 비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2차 대전 중에는 군에 소집돼 소령까지 진급했다. 그는 2차 대전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정보를 수집하고 비밀 계획을 실행하는 정보요원으로 활약했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NID는 독일 군함의 진격을 주시했다. 플레밍은 다뉴브강이 독일 해군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작전과 유고슬라비아와 루마니아 항구 사이에 부설된 콘크리트를 실은 바지선을 침몰시키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1940년 6월 프랑스로 파견되어 영국 MI6와 비시 프랑스 해군 사이의 연락 장교로 근무하며 정보 활동을 수행했다. 또한 이집트 수에즈 운하 근처에서 영국 해군의 정보작전을 위해 탕헤르로 잠입하여 비밀 공작을 실행하기도 했다.
1941년 플레밍은 MI6 뉴욕지부로 파견되었다. 그는 당시 윈스턴 처칠 수상의 명령으로 영국 본토 이외 지역의 방첩 업무 전담을 위해 미국 현지에서 발족시킨 ‘영국 보안조정국(British Security Coordination)’ 국장의 보좌관으로 발탁되어 미국의 정보기관인 OSS(전략정보국·CIA의 전신)와 같은 조직과 교류하며 각종 정보작전 입안과 실행에 종사했다. 당시 그는 캐나다에 있는 미국 특수작전집행부(SOE)의 비밀 기지인 캠프X에서 게릴라 교육도 이수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플레밍은 다가올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지원하는 새로운 공작에 착수했다. 그는 ‘제30 특공대(AU-30)’라는 정규군이 아닌 전과자, 사회 반항아들로 구성된 특수 게릴라 부대를 지휘하며 D-데이 상륙 작전 당시 프랑스 해안에 배치된 독일 잠수함기지에 관한 정보를 확보했다. 이 작전에서 AU-30 대원 12명은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독일군 300명을 포획하고 셰르부르 항구에 정박해 있던 잠수함들을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다.
플레밍은 1945년 11월10일 해군에서 공식 제대했다. 이후 켐슬리 신문사에서 외신 매니저로 일하며 칼럼을 기고했는데 도박 등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생활비가 바닥나자 소설을 쓸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정보기관에 종사하던 경험을 뒤섞어 그때까지는 없던 참신한 액션 모험물인 007시리즈를 쓰게 된다. 그는 1952년 앤 로더미어와 결혼하여 아들을 얻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엄청난 골초였고 술과 여자를 즐긴 탓에 결국 심장 질환으로 1964년 8월12일 56세로 세상을 떠났다.
소설 007 시리즈는 1억 권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영화는 10억 달러(1조3000억 원) 상당의 수익을 창출했다. 007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3
좋아요1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