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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의 인공지능세상] 러·우 전쟁과 국방 드론이 시사하는 것
권희춘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6-17 00:02:59
▲ 권희춘 세경대학교 인공지능드론센터 교수·(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대표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라도 이긴 전쟁보다 낫다.” 이 말은 단순한 이상주의적 구호가 아니다.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이들이 오랜 시간 끝에 얻은 냉혹한 교훈이다. 수많은 목숨이 사라지고 도시가 폐허가 되며 세대 전체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전쟁의 민낯이다. 그래서 진짜 안보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싸울 필요조차 없게 만드는 상태, 즉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 억지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와 같은 안보 철학을 절실하게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의 압도적인 병력과 무기, 경제력에 맞선 우크라이나는 초기에는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이후 놀라운 전환을 보여주었다. 바로 드론을 비롯한 신기술의 전략적 활용이다. 우크라이나는 상업용 드론을 개조해 정찰과 공격에 사용하고, 현장에서 직접 부품을 제작해 공급하는 등 창의적이고 유연한 전쟁 방식으로 국방의 혁신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FPV(1인칭 시점) 드론이다. 소형 드론에 소량의 폭약을 탑재하고 적의 전차나 차량, 보병 진지로 돌진하는 방식은 저비용으로 고가치 전력을 타격하는 비대칭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전통적인 포병이나 항공 폭격이 감당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도 이 드론은 높은 명중률과 작전 효율을 보인다.
 
이처럼 드론은 단순한 감시나 영상 촬영 장비가 아니라, 현대전에서 정밀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 이동성, 기동성, 소음이 적고 탐지가 어려운 특성을 갖춘 드론은 전통 무기 체계의 우위를 무력화시킨다. 더불어 인공지능(AI)과 결합될 경우 목표 식별과 자율 타격까지 가능한 스마트 무기로 탈바꿈하며 전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제 우리의 시선은 한반도로 향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북한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무인기와 드론을 실전 배치 중이며, 러시아의 전술을 학습해 관련 기술을 빠르게 전용하고 있다. 2023년 말 수도권 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사건은 우리 방공망의 취약함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드론은 이제 우리 안보에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드론을 방어의 대상이 아닌, 국방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 안보의 체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드론은 정찰, 타격, 통신 교란, 전자전, 심지어 심리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산악과 도심이 혼재된 한반도의 지형 특성과 비대칭 전력 환경에서 드론은 가장 적합한 무기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드론 중심의 작전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몇 기종의 드론을 도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작전 교리부터 부대 편성, 지휘 통제, 군수 체계까지 전반적인 국방 체계를 드론 기반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AI 기반 자율비행 기술,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 교란 대응 시스템, 실시간 통신 네트워크, 스텔스 드론 개발 등 다차원적인 기술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바와 같이 기술의 민·군 융합과 민간 스타트업과의 협업 없이는 혁신이 불가능하다. 관료적 절차의 틀에 갇힌 기존의 방위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의 창의성과 국방의 요구를 신속하게 결합할 수 있는 개방형 연구개발(R&D)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우리는 지금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보고 있다. 전쟁은 준비가 부족한 쪽을 향해 찾아오고, 억지력이 없는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드론은 우리가 마주할 미래 전쟁의 전초이자, 그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무기다.
 
러·우 전쟁은 단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곧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기술로 전쟁을 이긴 나라, 창의력으로 생존을 지켜 낸 우크라이나의 사례는 우리에게 강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진정한 평화는 기술과 전략, 그리고 의지 위에 세워진다.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나라. 바로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지금 이 순간 드론 기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부터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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