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핵협상 결렬과 그로 인한 분쟁 발생 시 역내 모든 미군 기지를 타격하겠다는 이란 위협 속에 미국은 11일(현지시간) 이라크·바레인·쿠웨이트 주재 대사관 내 비필수 인력과 그 가족들 철수를 명했다. 비슷한 시간 이라크·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 내 미군 가족의 자발적 출국이 권고됐다. 이란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 온 이스라엘 역시 작전 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인 철수 소식을 확인했다. “위험한 장소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이동시키려는 것”이라면서 “이란 핵무기 개발 결단코 불허”를 거듭 강조했다. 미국 측 인력 철수 결정은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의 경고 직후 내려졌다. “협상 결렬로 분쟁이 강요된다면 상대방 피해가 우리보다 훨씬 더 클 것” “미국의 역내 기지가 다 우리 사정거리 내에 있다. 주저 없이 모든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미국·이란은 4월부터 오만의 중재로 다섯 차례 협상을 했고 곧 6차 협상이 기대됐으나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우라늄농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자국 산업을 위해 우라늄농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좁혀지지 못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및 친이란 무장세력 간의 충돌 위기가 전면화될 수도 있다. 이날 공개된 미 일간 뉴욕포스트의 9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핵협상 타결 가능성 관련해 “잘 모르겠다. 점점 더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답한 대목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움직임 또한 심상치 않다. CBS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당국자들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작전을 개시할 준비를 완료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작년 상대방 본토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중동 내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란은 자국 주도의 중동 내 군사 네트워크인 ‘저항의 축’ 일원인 예멘 (후티)반군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견제해 왔다.
이미 유가는 요동치고 중동 해역 운항 선박들에 ‘주의보’가 내려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3.17달러(4.88%) 오른 배럴당 68.1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이 전장 대비 2.90달러(4.34%) 상승한 69.77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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