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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거나 퇴학·제적된 일반고 학생 수가 1만8000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는 불과 4년 전인 2020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그 증가 추세는 해마다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교육열이 높다는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자퇴생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현행 교육제도에 구조적인 병폐가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고 자퇴생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9504명에서 2021년 1만2798명, 2022년 1만5520명, 2023년 1만7240명, 그리고 2024년에는 1만8498명에 이르렀다. 특히 일반고에서의 학업 중단은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등학교)·외고(외국어고등학교)·국제고(국제고등학교)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는 고교 서열화 속에서 일반고 학생들이 내신 경쟁에서 극심한 불리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행 입시제도는 학생들을 ‘정시 파이터’와 ‘내신 파이터’로 양분하고, 이도 저도 안 되는 학생들은 ‘전략적 자퇴’라는 파행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 고교 현장에는 이미 “2등급 이하라면 검정고시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 수능 고득점자 중 검정고시 출신의 비율이 일반 고3 학생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의 본질은 명백하다. 정시 비중을 다시 늘리면서 동시에 고교 내신제도는 강화하는 이중적 정책, 그리고 자사고·특목고(특수목적 고등학교)·일반고 간 교육 조건의 불균형이 맞물려 일반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내신에서의 불리함을 인지한 학생들은 수능을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시 중심의 사교육 비중이 다시 폭등하며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흔들리게 된다.
올해 고1부터 적용되는 ‘내신 5등급제’는 이 같은 혼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9등급제를 5등급으로 단순화한 이번 개편안은 절대평가(A·B·C 등급)와 석차등급(1~5등급)을 병기하는 방식인데, 겉보기에는 완화된 듯하지만 실제로는 경쟁의 압박을 더욱 조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상위 10%만 1등급, 34%까지가 2등급이라는 구조에서 학생들은 ‘절대평가’로 A를 받아도 석차에서는 2등급 이하로 밀려나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결국 ‘절대평가 성적이 좋아도 내신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내신 성적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지며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의 장이 아닌 ‘탈출 준비소’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손해’라는 메시지가 퍼질 때, 우리 교육은 더 이상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교육의 형평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 개혁 없이 수시로 제도만 뜯어고치는 땜질식 접근은 학생과 학부모를 고통에 빠뜨릴 뿐이다. 입시의 공정성을 논하려면 먼저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부터 모색하고, 대입제도는 정시-수시, 내신-수능을 명확히 분리하고 단순화해야 한다.
‘전략적 자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어 버린 이 상황은 사교육 없이는 대학에 갈 수 없고, 공교육만으로는 도태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처했음을 말해 준다. 학교가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공간이 아니라 실패의 낙인을 찍는 장소가 된다면 그것은 명백한 교육제도의 실패이자 국가의 실패다.
이제는 ‘누가 더 유리한 길을 먼저 파악했느냐’가 대학 입시의 승패를 가르는 구조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입시는 단순한 진학이 아닌 성장의 과정이어야 한다. 학생들을 자퇴와 탈락의 절벽 끝으로 밀어내는 입시제도의 전면 개혁 없이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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