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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꽤 더웠던 일요일 오후였다. 근처 지하철역에 내린 시간이 대략 오후 4시. 햇살이 한창 뜨거울 시간대는 지났건만 더위는 여전했다. 서울정부종합청사 정문을 지나 드디어 현장에 도착했다. MG손해보험 노조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앞이었다.
기자는 김동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을 만났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그의 얼굴에서 고단함이 느껴졌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테이블 위로 손선풍기 여러 대와 생수가 놓여졌다. 생수는 더운 야외에 놓여 있었던 탓에 시원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래도 이 생수와 소금으로 매일을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이 같은 더위 속에서 노숙하며 단식을 이어 가는 이유는 MG손해보험 직원들이 대량 실직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 했다. 약 30년간 보험업계에 근무하면서 겪은 고난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1996년에 입사한 국제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는 2002년에 근화제약에 매각되면서 사명이 그린손해보험이 변경됐다. 또 그린손보는 2012년 사모펀드 자베즈 파트너스와 새마을금고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MG손해보험이 됐다. 이같이 회사가 여러 번 매각을 겪는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그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대인 보상 업무는 신입 사원 시절 약 2년 정도를 했고 그 이후에는 회계 업무를 하며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그린손보가 자베즈 파트너스에 매각될 당시에도 노조 활동을 했었다면서 당시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하는 것 때문에 노조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냈었다고 했다. 그리고 노조의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게 한 것은 바로 고용 승계였다고 덧붙였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도 있었지만 남아서 계속 일하고 싶은 직원은 고용이 보장됐던 점이 큰 유인이 됐다고 했다.
반면 올해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선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전체 직원의 10%만 채용하고 나머지 90% 인원에 퇴직 위로금 250억 원을 분배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앞서 MG손보는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4차례 공개 매각을 추진했으나 협상이 결렬됐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G손보는 10% 고용률이라도 수용하며 메리츠화재에 회사를 매각하는 수밖에 없었고 90%의 인원에 제시한 위로금 액수가 작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노조가 가교보험사 설립을 반대하는 데는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했다. 엄밀히 따지면 가교보험사 설립과 계약 이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발생될 대량 실업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MG손보가 제3자 매각 재추진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계약자들에게 노조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실책이 보이기도 했다.
‘청산’이라는 용어도 계약자들을 자극했다. MG손보 직원 입장에서는 고용 승계가 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회사가 없어지는 것이므로 청산되는 것이다. 그와 별개로 금융위는 계약자 보호를 위해 청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계약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계약 이전이 되면 가입한 보험의 사명만 변경될 뿐 계약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계약자들은 피해를 입지 않는다.
기자는 이번 취재를 하며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금융당국과 노조 모두 ‘계약자 보호’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양측이 ‘고용 승계율’이라는 화두에 집중해 고통을 분담하고 한 발씩 양보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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