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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고객과 상담 중 가입하고 있는 보험상품을 봐 주는 과정에서 필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이 있었다. 고객이 약 1년 전 변액연금 상품에 매달 50만 원 10년 납입 조건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변액연금에 가입해서 궁금한 것이 아니라 미취학 자녀 셋을 둔 일반적인 맞벌이 부부가 가입하기에는 다소 높은 금액의 상품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떠한 현금 흐름을 가정해 이 상품을 장기로 가입했는지 그 의도가 궁금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이 의외였다. 재무 설계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추천받아 가입했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에게 보험 상담을 받은 게 아니고 재무 설계라고 하니 왠지 신뢰가 가서 고민 끝에 가입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재무 설계 상담을 해준 사람이 보험설계사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지난 15년 남짓 보험 영업을 하면서 필자가 의외로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도 보험설계사가 예전보다는 좀 이미지가 나아지지 않았나요?” 라는 말이다. 그럼 반대로 묻는다. “만약 친한 친구한테서 아는 사람을 소개받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보험설계사라면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뚱한 표정으로 답변을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험설계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다수 사람이 뭔지 모를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보험 설계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재무 설계라는 명분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면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이것은 하나의 영업 방법이니 옳고 그름을 논하지는 않겠다. 문제는 보험설계사가 제대로 된 재무 설계 상담을 해 줄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앞서 거론한 상담 사례의 경우도 재무 상담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보험상품에 가입시키기 위한 프로세스였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변액연금 상품 외에 가입하거나 추천받은 금융상품이 있냐고 물었더니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ETF(상장지수펀드)와 일반 펀드 정도였다. 그렇다. 모두 투자 상품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거기에 더해 50만 원의 변액연금 상품까지 가입한 것이다. 사업비에 대한 부분은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추가납입 운용에 대한 것 또한 고려해 보지 못한 아주 생소한 옵션이었다.
필자의 변액연금 관련 유튜브 영상을 접하고 변액연금에 가입한 지 10년 내외가 된 분들이 가입 상품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변액연금보험과 관련된 필수 질문에 대해 매번 안타까운 답변을 똑같이 하게 된다.
보험설계사가 파생상품이나 펀드 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할 수 있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면 충분히 상담을 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보험설계를 위한 유인책으로 해당 자격증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암보험을 추천하지 않았다고 해서 보험 상담을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연금보험도 보험 상품 중 하나이다. 또한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인지는 물론 가입자의 투자 성향까지 고려해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파생상품이다. 그런데 재무 설계라는 그럴싸한 프레임만 가지고 고객이 아닌 자신의 수익만 생각하는 상담을 하고 가입시키기에 급급했다면 그 결과는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노력 없는 지식의 대가가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 재무 설계라는 말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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