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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운전하며 이동하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지역단체장 선거유세 방송이 흘러나왔다. 중간부터 들었는데 차분한 목소리가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었다. 귀가 쫑긋해졌다. 선거 유세라기보다는 정책을 알려 주는 선생님의 강의 같았다. 경기도지사 후보 이재명의 시간이었다.
경기도는 서울을 감싸고 있어서 동서남북 사방의 지역적 특성이 모두 다르다. 그는 이 특성에 따라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차분하고 세밀하게 알려 주었다. 인상적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경기의 각 지역에 가 볼 일은 있었지만 경기도의 지역적 특수성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신기한 방송이었다. 참으로 똑똑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에 별 관심없는 내가 일상의 일들로 분주하게 지내고 있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그러자 바로 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을 보여주었다. 방역을 위해 신천지 교회와 교주에 대해 강도 높은 조치를 단행했고, 경기도에 체류하는 외국인 34만 명을 전수 검사했다. 이는 감염병 확산의 조기 차단 사례이며 중앙 정부를 선도한 대응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전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여 지방정부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무수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그가 부지런하고 똑똑하며 세심한 일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까지 행정 일선에서 그가 보여준 결과가 증명한다. 그의 인생 또한 역경과 고난 극복의 연속이었다. 소위 금수저 아닌 흙수저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보통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마음을 심는 롤모델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고 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취약한 점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소위 ‘잘사는’ 사람들의 형편을 알기 힘든 것이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부자는 그들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고 고충이 있을 것이다. 횡재수가 따르지 않았다면 그들은 안 먹고 안 입고 알뜰살뜰 살면서 재물을 모았을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의 민족적 전통에는 ‘구휼’이 있다. 정부가 나선 구휼도 있지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행한 경우가 많다. 경주 최부잣집의 일화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복지의 실행을 한국의 부자들은 실행해 왔다. 서구에만 기부문화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기부는 티 안 나게 서서히 시냇물처럼 흘러 왔다. 뒤주에 챙겨 둔 쌀과 생선, 그리고 항상 열려 있는 숙소가 그것이다. 한국의 부자 문화에는 이웃의 삶을 돌보는 배려가 존재했다.
많은 이가 새 대통령에 대해 사회 대통합을 바라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보니 이 통합의 큰 걸림돌 또한 경제적 빈부 격차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선이 약자에게 향한다.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의 시선은 어떠해야 할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했다. 정말 반가운 말이다. 또 이런 말도 했다.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습니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도 없습니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박수를 보낼 언급이다.
정치를 묻는 제자에게 인류의 대스승 공자는 “군자는 자긍하되 다투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사사로이) 당을 짓지는 않는다”고 대답하셨다. 한자의 ‘군자’라는 단어는 두 가지 용례를 갖고 있다. 하나는 덕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도자를 일컫는 것이다. 유학의 지도자상이 ‘덕있는 지도자’ 이므로 이 둘은 사실 한가지 의미이다.
21대 이재명 대통령은 검증이 된 지혜로운 지도자이다. 그가 만들어 갈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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