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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시절인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는 제도화된 틀로 급속히 진화했다. 연례 공동 군사훈련, 실시간 미사일 경보 공유, 북한 대응 조율체제 구축까지 과거사 갈등에 가로막혔던 마찰적 협력은 강력한 상호작용으로 전환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일본의 ‘하나의 전구(one theater)’ 구상, 주한미군 일부 재배치 가능성은 이 협력체계 내 안보 지형에 발생할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 확대, 대만 유사시 한반도 개입,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 명분 제공 등 복합적인 안보 딜레마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의 심화와 변화하는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재설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북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안보 격변의 흐름 속에서 국익 극대화와 안보 위험 최소화를 동시에 달성할 전략이 필요하다. 첫 시험대는 한국의 역할을 ‘핵심축’에서 ‘균형자’로 전환하는 전략적 좌표 재설정이 될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 안보의 최전선이자 동북아 전략 거점이라는 지정학적 핵심축이었다. 북한과 직접 대치하며 중국과 러시아 견제의 삼각 안보의 중심에 위치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통해 단순 동맹국 이상의 전략적 가치를 지녀 왔다.
평택·오산·성주 미군기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을 미군의 동북아 전략본부로 기능하게 했다. 그러나 일본의 ‘하나의 전구’ 구상이 이를 뒤흔들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인 방어적 ‘방패’ 역할에서 벗어나 반격 능력을 확보하고, 자체 방어에 대해 주된 책임을 갖는 방향으로 안보 전략을 재정향(再定向)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안보 위협 고조에 대응한 변화다.
일본은 미국과의 전장 통합을 제안하며 주일미군과의 연합작전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트럼프 2기의 국방 전략은 주한미군 일부의 후방기지화 또는 타 지역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협력의 축을 일본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한국의 위상을 ‘접경 파트너’ 또는 ‘균형자’로 낮출 수 있다. ‘실용 외교’를 표방하며 외교·안보 라인을 꾸린 이재명정부는 이러한 전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 전략과 실행 계획은 부재한 상황이다.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려 제기된 주한미군 일부 재배치설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기존의 병력 조정 논의는 북한 위협, 대만해협 우발 사태, 연합작전 효율성 차원에서 이뤄졌으나 트럼프 2기의 전략은 중국을 핵심 위협으로 규정하는 전환의 틀 속에서 미군의 전지구적 재배치 전략과 연결돼 있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구 재조정이라는 맥락에서 미국은 하와이 지상군 심포지엄에서 동아시아 해양 중심의 삼각 안보 구도(한국-일본-필리핀)를 언급하며 주도권을 한국에서 일본으로 옮기려는 기류를 내비쳤다.
주한미군이 후방 또는 다른 전구로 이동하고, 일본 남부 열도와 대만으로 미군이 재배치될 경우 한반도는 전략적 ‘완충지대(buffer zone)’로 재정의될 수 있다. ‘한반도전구(KTO)’의 주도권 역시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한·미연합사와 미군기지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고, 주일미군 사령관(3성)과 주한미군 사령관(4성)의 계급이 뒤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외교적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한국은 안보적 ‘핵심축’에서 배제되고 일본 중심의 전장 통합 틀 속에서 주변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재명정부는 신속하고 실질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균형자’로의 전환을 넘어 동북아 안보에서 영향력 상실이라는 중대한 위기를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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