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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현의 虛虛實實] 호국 영령이 좋아할 현충일이 되려면
강익현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6-05 00:02:59
▲ 강익현 前 싱가폴 대사관 공사· 국제정치학 박사
내일부터 현충일 연휴다. 미국은 5월 마지막주 월요일이 현충일(Memorial Day)로 역시 연휴다. 세계 패권국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치렀던 미국이 전몰자들을 민간 베이스에서 어떻게 추모하고 연휴를 어떻게 보냈는지 짚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워싱턴 D.C.에선 모터사이클 수천 대가 시내를 누빈다. 눈으로도 귀로도 가슴 벅찬 스펙터클이다. 번쩍거리는 크롬 장식과 성조기, 사람의 심장 박동과 같다는 할리 데이비슨 모터 싸이클 엔진 소리가 워싱턴 거리를 채운다
 
행사가 시작된 지도 벌써 37년째. 비영리단체 롤링썬더(Rolling Thunder)’가 행방불명된 병사(MIA)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전쟁포로(POW) 병사 석방에 대한 미 정부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려 만든 행사다. 이번 행사에서도 6·25 전쟁 중의 8000여 명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이래 8만여 명 이상의 병사가 실종된 사실이 언급됐다.
 
메모리얼데이 연휴는 학교 졸업식과 파티가 겹치는 시즌이며 미국인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전국적 세일 행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미국인들은 이 시기를 냉장고·세탁기 등의 가전과 매트리스·침대를 교체할 최적기로 여긴다
 
여름 휴가용품과 파티용품 등을 할인 판매하기도 한다. 미국 언론은 할인 품목들을 파격적 할인율과 함께 소개한다. LG는 통 크게 냉장고와 게임용 모니터에 대한 1+1 행사, OLED TV 40% 할인 행사를 벌였다. 언론에서는 “연휴는 지났어도 세일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소비 지출이 증가해 이 시기에 미국 경제가 나홀로 활황인 이유 중 하나다.
 
우리 현충일은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나라가 위태로울 때 헌신한 순국 선열과 산화한 장병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충일 아침 게양하는 조기가 그렇고, 오전 101분간 울리는 묵념 사이렌이 그러하다. 하지만 미국의 롤링썬더모터사이클 행진처럼 우리도 현충일에 일반인들의 가슴에 울림을 줄 방도는 없을까.
 
▲ 미국 비영리단체 ‘롤링썬더(Rolling Thunder)’의 로고. 위키피디아
 
 
조용한 디지털 메모리얼이벤트를 통해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 등에 안장된 각각의 묘비에 스토리를 입히면 어떨까. 현재는 현충문·호국전시관 등 13곳에 설치된 QR코드로 해설 오디오를 들을 수 있다. 이를 개개인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묘비에 QR코드 동판을 설치해 접속하면 공식 기록이나 가족 이야기 등을 비롯한 각 병사의 스토리를 동영상 등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분, 한 분의 헌신이 소중하기 때문에 그 절절한 이야기를 누구나 접할 수 있게끔 말이다.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그분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또 우리 주변의 여느 아빠나 형처럼 얼마나 평범한지에 놀라게 될 것이다. 유치원생부터 일반인까지, 또 소설가나 스토리텔러들이 묘비를 돌며 나라 사랑 이야기를 채집하려 평소에도 붐비는 현충원을 그려 본다.
 
현충일이 이전에는 하루짜리 공휴일로 쇼핑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젠 대체 공휴일로 현충일 연휴가 가능하다. 지금도 여행용 백팩 매출과 숙박 할인 혜택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 같은 전국 규모의 세일 행사는 없다. 아무래도 현충일이 추모 중심이다 보니 그럴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분위기를 바꾸 보면 어떨까
 
새 대통령이 내일 현충원에 추도문을 낭독한 후 6·25와 월남전 참전용사 등을 위해 가족들과 식당이나 편의시설 이용 시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고 발표하면 좋겠다. 일반인들도 현충일 추모 사이렌과 묵념 모습 사진, 조기 게양 사진을 식당이나 쇼핑 시 제시하면 10~20%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등으로 소비를 진작하는 행사를 만들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해서 호국 영령들께서 자신들의 희생으로 후손들이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즐기면서 풍요를 누리고 소상공인들이 웃음지을 수 있음을 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다면 분명 기뻐하실 줄 믿는다.
 
▲ 미국 현충일 연휴에 워싱턴 D.C.에서 볼 수 있는 비영리단체 ‘롤링썬더(Rolling Thunder)’의 모터사이클 행진 모습.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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