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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 협상 국가들에게 4일까지 ‘최고의 제안(best offer)’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날짜와 대선이 겹치며 새 정부는 하루 만에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한국 수출은 5월부터 미국 상호 관세의 영향력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어 관세 협상이 틀어질 경우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전쟁에 휘말린 한국 수출의 현주소를 스카이데일리가 정리해 봤다.
새 정부 준비시간 겨우 하루?
3일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미국 무역대표부 서한 초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협상 상대국에 분야별로 최상의 제안을 나열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의 요구에는 △미국산 공업 및 농업 제품에 대한 관세와 쿼터 △비관세 장벽 개선 계획 △디지털 교역 △경제 안보 등이 포함됐다.
해당 서안이 보내질 국가는 확실하지 않다. 로이터는 EU·일본·베트남·인도 등을 거론했으나 한국 또한 주요 교역국 중 하나기 때문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언급한 날짜는 미국 시간 기준이고 통상적으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있는 동부 시간대 기준이기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 4일 오후 1시부터다. 또한 날짜가 바뀌자 마자 제안을 내놓을 필요는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국 시간 기준 5일 밤부터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력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보궐 선거라 인수위원회 기간이 없어 정부 수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제안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첫날 한국 경제를 결정할 중요한 제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시간 기준 4월3일 오전 5시 부과한 관세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며 한국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협상 여부에 따라 관세가 변경될 여지를 남겼으나 협상 타결 전에는 상호 관세가 그대로 부과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됐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시간 10일 새벽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올리고 다른 국가에 부과한 상호 관세는 90일 유예하고 기본 관세 10%만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철강과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유지했다.
기본 관세 10%만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이전보다 높고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는 유지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5월부터 관세 효과 시작
관세 부과 이후 수출 지표를 살펴보면 4월 수출 지표는 오히려 향상됐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4월 통계를 보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한 582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2.7% 감소한 533억20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는 48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을 보면 대미국 수출은 106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했다. 대미국 흑자 규모 또한 전년 동월 대비 9억 달러 감소한 45억 달러였다. 산업부 분석에 따르면 석유제품·이차전지·무선통신기기 수출은 호조세였지만 불구 자동차·일반기계 등 양대 수출 품목이 감소하면서 수출 감소를 막지 못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수출이 감소했음에도 전체 수출이 증가한 이유로는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 수출이 모두 증가한 것이 꼽힌다.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 수출 반등과 무선통신기기 수출 증가로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한 109억 달러였다.
대EU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67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대아세안 수출은 4.5% 증가한 94억 달러였다.
대인도 수출은 8.8% 증가하며 역대 4월 최대 실적인 17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중남미·중동 수출도 증가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정책에 맞서 수출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있었고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줄어드니까 다른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가는 것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5월 수출 실적을 보면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5월 수출을 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572억7000만 달러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수출이 8.4% 감소하고 미국 수출이 8.1% 감소했으며 수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중국·미국 수출이 모두 감소하며 전체 지표에도 타격이 컸다. 대 아세안 수출도 1.3% 감소했다. 해당 기간 수출이 증가한 국가로는 EU와 CIS가 있었다.
5월 수출 실적이 4월보다 악화된 이유로는 수출입 계약이 바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30일 또는 60일 등 월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 꼽힌다. 관세 부과 직후보다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관세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관세 부과 한 달 만에 수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관세가 부과된 품목은 하락하고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 품목들은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철강 등 직적접인 관세 영향을 받는 품목은 감소세지만 반도체와 IT 제품들 위주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IT 품목이 차별화 흐름이 있는 만큼 총 수출이 어떻게 될지는 통계를 확인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5% 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의 경우 미국 수출이 감소하는 대신 다른 지역에서 증가했다. 4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6% 감소했다. 관세 부과에 더해 현대자동차의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생산 확대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현대차의 4월 미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해 전체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와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EU 수출이 26.7% 증가하고 아시아 수출이 53.9% 증가했으며 기타 유럽 시장에서도 11.6%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은 3.8% 감소했다. 4월 전체 수출과 구도는 비슷했으나 전체 수출의 약 44%를 미국이 차지할 만큼 미국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 특성상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5월의 경우 자동차 수출이 4.4% 감소했다. EU와 중고차 수출 시장이 호조를 보였으나 미국 시장의 수출 감소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역시 관세 25%가 적용되는 철강은 관세 효과 이전부터 하락세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13억8400만 달러였다. 여기에 5월에는 수출액이 12.4% 감소하며 하락세가 더 커졌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철강 수출 실적이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좋았던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통상 관세 부과 영향이 부과 시점 후 2~3개월 이후에 나타난다고 지적하며 5~6월 수출에 관세 영향이 확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건설하고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하면서 수출 지표가 더욱 떨어질 기미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6월4일부터 철강에 25%의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밝히며 철강 수출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 산업은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성이 매우 큰 산업이며 자동차 역시 공급망이 매우 방대해 자동차뿐만 아니라 연관 사업에도 매우 영향이 크다.
철강과 자동차의 미국 생산은 단순히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상품을 생산해 수출 지표가 떨어지는 것에 더해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정책의 효과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해외 기업들도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서 미국에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양지원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상호관세 10%는 계속 부과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만약 전 국가에 대해 공통적으로 부과된다면 우리나라에만 높은 관세를 부과받는 경우와 비교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월 전자제품 관세가 변수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겟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이다. 전자제품과 관련 품목들은 이제까지 관세 영향을 피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전자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꾸준히 언급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는 인도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고 나는 인도에 가는 건 괜찮지만 관세 없이는 미국에서 팔 수 없다고 했다”며 “그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전자제품 관세 부과 시점은 6월 말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수출은 이전까지 수출을 이끌었던 자동차가 부진하는 사이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증가하는 등 수출 주력 품목들이 배턴 터치를 하며 이끄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주력 품목인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출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한편 트럼프 정부가 강경한 제안을 한 후 이를 유예한 전력이 다수 있는 만큼 이번 요구에서도 시간을 끌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EU에 부과한 50% 관세를 통지한 후 이틀 만에 관세 부과를 유예한 바 있다. 미국이 정한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7월8일까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데드라인은 한 달 정도가 남은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예 기간이 끝나면 25%의 관세를 맨몸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러면 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차기 정부가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관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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