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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폭탄’과 오랜 기간 이어진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복합위기로 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인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대기업마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반면,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최근 3년 연속(2022~24년)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좀비 기업’도 20곳이나 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2021∼24년 4년간 비교 가능한 302개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이자비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대기업 가운데 214곳(70.9%)은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했으며, 개선된 기업은 88곳에 불과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이하 대기업은 2021년 34곳(11.3%), 2022년 44곳(14.6%), 2023년 59곳(19.5%), 2024년 73곳(24.2%)으로 4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에서 번 돈으로 이자를 갚으면 남는 돈이 없다는 뜻이다.
대기업에도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정국 불안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발(發) ‘관세폭탄’까지 더하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불똥은 은행권으로 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무수익 여신 잔액은 총 4조3736억 원으로 전년 말(3조5208억 원) 대비 8529억 원(2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수익 여신은 돈을 받아 간 기업의 채무 재조정과 법정 관리 돌입 등으로 이자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 여신에 90일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합한 것으로 통상 ‘깡통 대출’이라고 불린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기업부채 부담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기업의 부채는 10년도 안 돼 1000조 원 이상 불어났다. 이는 주요 43개국 중 중국·미국·일본 등에 이어 9위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은 93.1%에서 112.2%까지 늘어났다. 기업부채는 양적 관리뿐만 아니라 질적 관리가 중요하다.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별도의 채무관리 방안을 수립하길 촉구한다.
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이자 부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예산정책처 제안처럼 한계기업에 대한 재무건전성 개선 지원과 기업 대출의 효율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의 기업 대출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 체질 개선에 쓰이도록 정책 개발 및 경제의 구조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한계기업 구조조정으로 금융시스템 안정화 및 지속적 성장가능기업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 신속한 구조조정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금융시스템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대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원자잿값 급등에 금융 비용 등 이·삼중 고충을 겪고 있는 기업에 보다 폭넓은 지원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경제 위기가 가중될수록 가장 먼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곳은 부실 위험을 마주한 한계기업이기 때문이다.
부실 대기업은 문어발식 계열사를 정리하게 하고, 고용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경제의 실핏줄 같은 중소기업의 위기는 서민 삶의 위기와 직결돼 있다. 규제 혁파와 기업회생 지원 정책으로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 수 있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중앙정부와 국회·지자체 등이 협력의 지혜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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