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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격 타결한 관세 완화 합의는 단순한 ‘경제 휴전’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상호 관세율을 115%p 인하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율 관세를 유지한 절충안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정치적·전략적 함의는 매우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이 자본시장을 미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언론은 미국이 관세를 유예한 것을 두고 오히려 “트럼프가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지나친 단선적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박사는 최근 상황을 관망하면서 ‘관세는 단순한 경제 수단이 아니라 미국 정치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전략적 무기’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초대 미국 정부의 80% 재정은 관세로 충당되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관세를 70%까지 끌어올린 전례가 있다. 트럼프는 이런 전통을 계승하고 확장했을 뿐이다.
관세는 국가 안보, 외교, 산업 전략 등 복합적 목적을 띤다. 이번 합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을 이끌어 냈다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히 시장 개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통제 경제, 정보 차단, 금융 불투명성은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회자되는 ‘국제무역은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명제가 다시금 상기되는 이유다.
이제 문제는 한국이다. 우리로서는 ‘남의 불행은 나의 기회’라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중국이 자본시장과 공급망을 내어줄 때, 가장 먼저 수혜를 볼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인도, 그리고 한국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이 기회를 포착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가. 오히려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보다는 여전히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국내 여론이나 일부 언론은 ‘트럼프 리스크’를 우려하지만, 이 역시 미국 정치의 맥락을 모르는 소치로 보인다. 전문가에 따르면 트럼프의 고율 관세, 즉 3000% 관세는 곧 팔지 말란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무역 차단이 아니라 공급망 이동의 전략적 지침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이런 흐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철강·태양광·자동차 등의 과잉 생산으로 글로벌 시장을 왜곡해 왔다. 미국이 이들 산업을 겨냥해 고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한, 이는 한국에게는 역설적으로 기회가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고 있으며, 한국 역시 공급망의 대체지로 주목받을 수 있다. 그 기회를 살리려면 한국도 외교·무역 정책에서 미국과의 보조를 맞추는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공은 우리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해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속사정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미·중 관세 협상을 두고 중국 정부는 ‘성공한 작전’이라며 선전하지만 실각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자체를 체제 보전의 돌파구로 삼고자 할 것이다. 이런 국제 정세의 변화에 한국의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자처하거나 눈치를 보는 ‘균형 외교’라는 허울 좋은 전략을 버려야 할 때다. 실리 외교는 명확한 가치 기반 위에서 작동할 때 강력해진다. 한국은 ‘자유시장’ ‘공정 경쟁’ ‘안보 기반 무역’이라는 미국의 키워드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의 경제 생존 전략이자 외교적 명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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