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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 이야기] 와인셀러는 꼭 필요한가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16 00:02:50
▲ 어승룡 와인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
와인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보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야 하고  햇빛을 차단해야 한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아파트에서 살기 때문에 와인을 보관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있다.
 
햇빛을 막아도 사계절의 온도 변화로 인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냉장고는 너무 저온이고 진동이 심해서 단기간 보관하는 건 괜찮지만 오랜 기간 보관하면 숙성이 멈추고 원래의 맛이 변질된다.
 
반대로 20도 이상의 상온에서 와인을 보관하게 되면 숙성이 촉진되어 몇 년이 지나면 알콜은 날아가고 신맛만 더하게 된다. 와인의 맛과 고유의 향이 고온에서 실종되어 사라진다.
 
지하실이 있다면 그곳에 와인을 보관하면 가장 좋다. 땅속은 땅 위보다는 온도가 거의 일정하게 낮고, 볕이 들지 않고, 습도가 높아 와인을 보관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코르크로 밀봉한 와인은 와인셀러에서 숙성시키면 더 깊은 맛의 잘 익은 와인이 된다단 포도의 품종에 따라 최적의 맛을 내는 숙성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와인이 숙성시킨다고 맛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매년 출시되는 와인 중 10% 미만의 와인만이 셀러에서 숙성시키면 맛이 좋아지는 와인이다. 지난 칼럼 중 와인은 얼마나 보관하고 마셔야 좋을까를 참고하면 좋겠다.
 
와인셀러를 구입할 때 몇 가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가능하면 화이트와 레드와인을 구분해서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입하는 게 좋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화이트와 레드와인을 따로 보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파클링와인의 경우 7~9, 화이트와인은 9~11, 가벼운 레드와인은 12, 풀바디 레드의 경우 12~16가 이상적이다.
 
온도를 낮게 설정하면 숙성이 느려지고, 온도를 높게 설정하면 숙성이 조금은 빨라져서 와인셀러가 2대 이상 있다면 빨리 숙성되기를 원하는 와인과 장기 보관용 셀러를 구분해서 온도를 설정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습도를 70~80%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건조해지면 코르크가 말라 와인이 산화될 수 있다. 와인셀러에 와인을 보관할 때 언제나 눕혀서 보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셋째,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와인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변질된다. 와인셀러의 문은 자외선 차단 유리이거나 불투명한 재질이어야 한다.
 
넷째, 와인을 정말로 좋아해서 장기 숙성이 가능한 좋은 와인을 구입하기 시작했다면 용량이 큰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20병 이하를 보관하는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병이 큰 와인들이 있어서 실제로는 더 적은 양을 보관하게 되며 몇 년 내로 용량이 부족해 추가로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도 처음에 와인셀러를 구입할 때 50병 용량의 셀러를 구입했는데 3년도 못 되어서 후회를 한 경험이 있다. 가능하면 100병 정도 들어가는 제품을 구입해서 화장품도 넣고, 음료도 넣어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 와인셀러가 있으면 편리하다. 필자 제공
 
 
다섯째, 냉각 방식이 컴프레서(compressor) 방식인 제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 용량이 작은 와인셀러는 반도체 냉각 방식을 채택해서 초기에는 소음이 거의 없고 저전력이라 매력이 있어 보이지만 몇 년 쓰다 보면 온도 조절이 잘 안 돼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소비자가 많다.
 
30병 이상 보관이 가능한 와인셀러는 대부분 컴프레서 방식이라서 오랜 기간 잘 사용할 수 있다. 컴프레서도 회사별로 조금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진동과 소음이 적은 제품을 구입하면 좋을 것 같다.
 
위의 조건들을 갖춘 와인셀러를 구입했다면 이제 저장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셀러에 와인을 넣을 때는 꺼낼 때를 대비해서 이름표를 달아 두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마시기 위해 1박스 이상 구입한 와인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숙성시킬 와인과 얼마 있다 마실 와인을 손이 잘 닿는 곳에 구분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숙성 시간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살펴보며 와인을 마시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요즘엔 블루투스를 적용한 무선 온도계를 구입해서 셀러에 넣어 놓으면 좋다. 휴대폰으로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일 단위, 주간 단위로 체크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와인셀러를 고를 때는 디자인보다는 성능을 까다롭게 확인해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셀러는 기호품이다.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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