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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명예와 권리 보호 나선 이한샘 군보호연대 대표
[인터뷰] “정치권 ‘군인 천시 문화’에 바닥 친 사기·무너진 지휘 체계”
장성들 정치 줄서기 ‘똥별’ 자조… ‘주적은 간부’다?
소음 민원에 훈련 축소… ‘속 빈 군인’ 양산 우려 현실
‘군인의 가족’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위에 외풍 차단이 핵심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5 00:07:30
▲ 이한샘 군보호연대 대표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군보호연대 제공.
 
 
군인의 명예와 권리를 보호하고 올바른 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시민단체 ‘군보호연대(군보연)’가 4월27일 공식 출범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방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군인과 군인 가족을 조명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군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목표로 한다. 군보호연대는 ‘국민과 함께하는 열린 군보연’이라는 비전 아래 △위풍당당한 국민의 군대 성원 △국군 정체성 홍보 지원 △올바른 군 인권 보호 △군인 가족 사기진작 활동 등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시작 단계의 군보호연대는 한미동맹 강화 활동을 비롯한 군인명예회복을 위한 대국민 고양 활동과 군 관련 가짜뉴스에 대한 사실 검증 및 군인 가족의 사기진작 활동 등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군보호연대의 대표는 군 미필의 30대 여성 이한샘 씨다. 젊은 여성의 시각으로 군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변화를 이끌겠다는 그의 행보는 그 자체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용기 있는 그의 발걸음은 군 문제가 더 이상 특정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깨닫게 한다.
 
이한샘 군보호연대 대표는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군이 사랑받고 신뢰받는 길이라면, 저희 군보호연대는 그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단체의 활동 방향을 명확히 밝혔다. 이 대표를 만나 대한민국 국군이 처한 위기의 현주소와 극복 방안에 대한 해법을 소상히 들어 봤다.
 
 
우리 군이 처한 위기 상황, 어느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는가
 
현재 우리 군은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 수뇌부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국군통수권자와 주요 지휘관들이 형사 재판에 회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단순히 지휘 공백을 넘어 군의 사기와 신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국방의 허리가 꺾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간급 간부들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투력 유지에 치명적인 문제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에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낮은 당직비 등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데다 격오지 근무, 잦은 당직, 과도한 업무 강도는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형식에만 치중하는 겉치레 업무에 불공정한 처우 등으로 일부 간부들의 경우 날로 치솟는 직무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적인 인구 감소와 병역 자원 급감은 어떠한가. 이는 현역 간부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켜 이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신병 훈련, 부대 관리와 작전 지휘의 핵심인 간부 유출은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국방력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진단하는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정치권의 잘못된 ‘군인 천시 문화’와 군 스스로 자초한 ‘정치 중립 강박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야권에서는 계엄군을 범죄자 취급하고,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해체나 사관학교 통합 같은 군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군바리’라는 경멸적 표현과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는 직업군인의 자긍심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반면, 군은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정치에 예속되어 상명하복이라는 조직 원리마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군통수권자의 지시가 왜곡되거나 야당에 군 내부 정보가 유출되는 ‘셀프 항명’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군 지휘 체계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했는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필두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군 수뇌부와 주요 지휘관들이 내란죄 혐의 등으로 줄줄이 구속 기소되면서 사실상 군 지휘부가 와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이는 단순히 지휘 공백을 넘어 군 전체의 사기와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군 통수권자와 핵심 지휘관들이 헌정 질서 파괴 혐의로 형사 재판에 회부된 것은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야권에서는 수십 년간의 민주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12·3 비상계엄이 군부독재와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다시 불러들이려 했다는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군부 독재 트라우마’가 재현됐다는 것이다. ‘군의 정치권 예속’, 이것이 현 국군 위기 사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일 것이다.
 
▲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한샘 군보호연대 대표.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정치권의 군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가. ‘87년 체제’의 유산과 문민정부의 영향도 언급된다
 
그렇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군부 독재 트라우마’가 ‘87년 체제’ 이후 운동권 세력을 중심으로 ‘군바리 문화’라는 프레임으로 작용하며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김영삼(YS)·김대중(DJ)으로 대표되는 문민정부 시대에는 ‘문민 우위’라는  명분으로 군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YS정부의 군내 사조직 ‘하나회’ 척결은 문민 통제 확립의 결정적 계기였으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군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미명하에 장교와 간부들에 대한 멸시 문화가 노골화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운동권 세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위 ‘군바리 문화’라는 프레임이 군을 폄하 대상으로 만들었다. 특히 문재인정부 당시 추진된 ‘국방개혁 2.0’은 복무기간 단축과 맞물려 전투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성급한 추진 등의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과거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현 국군방첩사령부)로 재편한 조치는 군의 정치 개입을 차단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반면 군의 정치 예속화를 완성시켰다는 역설적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  이한샘(가운데) 대표와 정책위원을 맡은 (왼쪽부터) 정창욱 예비역 공군 소령, 이기성 예비역 육군 중령, 박경애 예비역 공군 소령,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군보호연대 제공
 
 
정치권의 군림과 그로 인해 훼손된 지휘권이 현재 군의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있다.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나
 
정치인들이 군의 인사권을 장악하면서 군 장성들을 하층 정치 집단처럼 취급하는 행태가 만연해졌다. 국회에서 군 장성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망신 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예비역 장성들조차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 줄을 서는 모습은 ‘똥별’이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을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관들은 소신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진급에만 목을 매게 되고, 병사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신뢰가 무너졌다.
 
군인권센터에 군 내부 문제가 집중적으로 폭로되면서 지휘관들이 ‘갑질 고발’을 우려해 리더십 발휘가 극도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부하가 가장 무섭다’는 장군이 어떻게 정예 강군을 육성할 수 있겠는가. 지휘관의 위상 추락과 리더십 위축은 결국 부대 내부의 불신과 기강 해이로 이어진다. 간부와 병사 간 신뢰가 무너진 상황은 전투력 유지에 심각한 위협이다.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과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 입건 논란은 지휘 체계의 붕괴를 증폭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모든 결정과 지시에서 ‘무결점’을 추구하며 논란의 소지를 피하려는 경향은 결국 도전적이고 실전적인 훈련을 기피하게 만들고, 부대 운영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이는 군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창의적인 전술을 개발하는 데 심각한 장애 요인이 된다. 이러한 불일치는 군으로 하여금 차선책 또는 비효율적인 훈련 방식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며, 결국 ‘보여주기식’ 훈련에 머무를 위험성을 내포한다. 
 
의무 복무를 하는 청년들이 군 생활 동안 의미 있고 도전적인 훈련을 경험하지 못하고 전투 기술에 대한 자신감 없이 전역한다면 이는 ‘속 빈 군인(Hollow Warrior)’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 4월27일 서울 종로구 교원챌린지홀에서 있은 군호보연대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군보호연대 제공.
 
훈련 위축 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실전 경험 부재가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맞다. 소음 민원 하나에도 훈련이 축소되고, 사유재산 침해 민원에 군사 훈련장 건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육군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었는데, 병사들은 실질적인 훈련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신 전력 또한 붕괴 직전이다. 국가에 헌신해 온 장기 복무 간부들이 한국 군은 약해 빠졌다며 줄줄이 전역하는 현실은 매우 암담하다. 이는 단순한 처우 불만을 넘어, 자신이 헌신했던 조직이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깊은 환멸감을 반영한다. 이러한 내부로부터의 불신은 외부의 비판보다 훨씬 파괴적이며, 남아 있는 인원들의 사기마저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군인들이 명예와 존중은커녕 최소한의 양보도 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의 군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잘 싸울 수 있는 군대, 마음껏 군사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들에게 최고의 인권은 바로 최상의 전투력에 기반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 ‘명예로운 군인의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징병제가 유지되는 한 우리 모두는 군인의 가족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87년 체제’가 남긴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고 군인에 대한 존중과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또한 군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임무인 전투 준비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군인의 인권 보장은 단순히 복지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지킬 수 있는 강한 전투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전투력 강화를 통해 진정한 군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군인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명예로운 군인의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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