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바름’이라는 말은 본래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별의 종식, 권력에 대한 견제 등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가치들이 이 말 안에 담겨 있다. 그러나 ‘옳다’는 판단이 절대화되기 시작하면 언론은 그 잣대에 갇혀 진실보다는 당위, 사실보다는 입장에 복무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위험한 지점에 서 있다.
오늘날 언론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단순한 경영난이나 디지털 전환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올바름’을 자처하는 정치적 압력과 사회적 분위기가 사실을 검열하고 다른 의견을 제거하며 ‘정답 저널리즘’을 강요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파급력은 이 현상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 “이런 시각은 위험하다”는 자율 규제와 낙인 찍기 속에서 언론은 어느새 하나의 방향만을 따라야 하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그 ‘하나의 방향’이 언제나 이상하리만치 권력의 입맛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지난해 12월 보도한 ‘중국 간첩 체포’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 연수원에서 계엄군이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내용이 다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확인되었고, 당시 작전에 관여한 책임자도 이를 사실로 인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윤석열 대통령도 측근과의 대화에서 이를 사실로 언급했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 ‘중국 간첩 체포’ 보도는 곧바로 ‘가짜뉴스’로 낙인 찍혔고, 경찰의 압수수색과 함께 신문윤리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사실 여부가 충분히 다투어질 수 있음에도 언론계 전반에서 이 보도를 집단적으로 배척하고 공격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언론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특정 보도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선을 지키지 않으면 진실도, 자유도 쉽게 희생된다.
이 문제는 단순히 특정 사건에 대한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언론의 자기 검열은 일상화되었고, 기자들조차 “이건 내 생각이지만 기사화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누가 ‘옳음’을 정하고, 그 기준은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 권력은 점점 더 교묘하게 언론을 길들이고, 언론은 점점 더 침묵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최근에는 광고를 통한 언론 압박 정황도 드러났다. 한 지역 언론이 지역 정치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광고에서 배제되었다는 증언이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스카이데일리 광고 관련 은행장들에 대한 압력 행사 등은 권력과 ‘올바름’이 결합할 때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훼손되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진영 논리에 빠져 사실을 왜곡하거나 클릭 수를 위해 자극적 보도를 남발한 과오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과 언론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언론은 본질적으로 불편한 존재여야 한다. 그것이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며, 공론장의 역할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기사만 내보내는 언론은 결국 권력의 확성기일 뿐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국민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진실이 가려지고 권력의 입장만이 보도된다면 유권자는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택하게 된다. 언론의 자유는 단지 기자의 권리가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숨통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름’이 아니라 ‘정확함’이고, ‘당위’가 아니라 ‘사실’이다. 언론은 무엇이 옳은지를 주장하기보다 무엇이 실제로 일어났는지를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언론이 공익에 복무하는 방식이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언론은 등대와 같다. 바다가 아무리 거칠고 폭풍이 몰아쳐도 그 자리에 서서 꺼지지 않는 불빛 하나를 지켜야 한다. 어떤 배가 어디서 오는지, 어떤 목적지를 향하는지 묻지 않고 그저 암초와 해안을 비추는 것. 그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등대의 불빛이 ‘올바름’이라는 이름으로 흔들리고, 정치적 이익이라는 손에 꺼져 가는 광경을 보고 있다.
언론이 다시 중심을 잡고 서야 한다. 누구의 편도 아닌, 오직 사실과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다수가 외면해도, 권력이 미워해도 언론은 말해야 한다. 그것이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그것이 바로 진실이기 때문이다.
‘올바름’이라는 깃발 아래 침묵을 강요당하는 지금, 우리는 ‘언론의 자유’라는 말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용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도 숨을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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