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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길의 외침] 조중동은 왜 촛불 아닌 횃불을 들고 있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1-26 00:01:49
▲ 최무길 수필가·호주 NAATI 통역사
2024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해 보인다. 2016년에는 최순실 태블릿 PC와 이를 둘러싼 국정농단 의혹이 촉발제가 되었고,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반면 2024년에는 12.3계엄 선포와 그 후 6시간 만에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계엄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후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 프레임이 급속히 씌워지며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두 탄핵 정국은 그 본질에서 차이가 있다. 2016년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비리와 도덕성 문제가 주된 원인이었지만, 2024년 탄핵은 계엄 선포라는 헌법적 권한 행사를 내란죄로 간주하며 헌법적 논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통치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 계엄 선포가 성공적일 경우 정당성을 인정받지만, 실패 시 이를 내란죄로 간주하는 것은 헌법 해석의 모순을 드러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유신 계엄을 통해 체제를 공고히 했지만, 이는 헌법적으로 통치 행위로 인정받았다. 반면 윤 대통령의 계엄이 실패한 점만으로 이를 내란죄로 규정한다면, 동일한 행위에 대해 결과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주류 언론의 태도이다. 조중동을 포함한 주요 언론은 계엄과 탄핵의 헌법적 정당성을 법리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선동적 구호와 선정적 기사로 여론을 조작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 판단을 돕기 위한 법적·사례적 분석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고 부정선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구국의 결단을 내린 현직 대통령을 단순히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자극적 표현으로 사태를 몰아갔다.
 
만약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다면 탄핵을 주도한 세력뿐만 아니라 이를 부추긴 언론 또한 국민과 대통령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의 경솔한 보도는 국민적 분열을 심화시켰으며 이는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행위라 할 수 있다.
 
지금의 탄핵 정국은 중세 마녀사냥의 광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합리적 증거 없이 집단적 광기에 휩싸여 사람들을 화형대에 올렸다. 또는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처럼 선동된 대중이 자신들의 부모와 스승에게 폭력을 가하던 모습과도 흡사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촛불은 평화와 정의를 상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촛불이 마녀를 태우는 횃불로 변질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언론은 국민의 공기이자 사회의 목탁으로서 이성을 회복하고 합리적 판단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중동의 필진은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의 펜이 국민 분열의 도구가 아닌 화합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만에 하나 탄핵 정국에 대반전이 온다면 잠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을 내란 수괴라는 무책임한 표현을 사용한 죄를 어떻게 해명할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선동과 광기가 아닌 이성과 법치가 주도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이다.
 
최무길 프로필
1955년 춘천생. 동국대 영문학과와 호주 시드니대학원 영문학과 석사를 마쳤다. 2008문학시대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해 수필집 무너지는 것들 속에서와 군터 파올리의 블루 이코노미를 번역했다. 호주 NAATI 통역사 겸 현대이민컨설팅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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