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수출입은행장 수장으로 선임된 은성수 신임 행장의 재력에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은 행장은 본인과 아내 명의 등으로 수십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2개 호실, 빌딩 등 보유자산 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으로 채워져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현재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 2개 호실을 소유하고 있다. 우선 은 행장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잠원현대아파트의 한 호실을 가지고 있다. 은 행장이 1993년 매입해 25년 가까이 소유 중인 해당 호실의 규모는 전용면적 84.97㎡(약 26평), 공급면적 103.77㎡(약 31평) 등이다. 인근 부동산 등에 따르면 현재 해당 호실 시세는 약 10~11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은 행장은 세종시에도 아파트 한 호실을 갖고 있다. 그는 세종시 도담동에 위치한 세종 한양수자인 에듀파크(도램마을 20단지) 한 호실을 지난 2012년 분양받았다. 해당 호실 규모는 전용면적 84.96㎡(약 26평), 공급면적 111.82㎡(약 34평) 등이다. 현재 약 4억500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 행장은 아내 명의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빌딩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은 행장의 아내 한모 씨가 가진 지분은 전체의 25%(4분의1)다. 빌딩은 대지면적은 329㎡(약 100평), 연면적은 599㎡(약 181평) 등의 규모다. 지하 1층, 지상 4층 구조로 돼 있다. 1층은 소매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2·3층은 사무실, 4층은 주택으로 각각 이용되고 있다.

현재 해당 빌딩의 시세는 약 54억원 가량으로, 이에 따른 은 행장 아내 소유 빌딩 지분의 가치는 약 1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 행장이 본인 또는 아내 명의로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는 확인된 것만 총 28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외에도 은 행장은 약 4억원에 달하는 예금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군산고-서울대 출신 은성수, 문재인정부 핵심인사 황금인맥 ‘조명’
금융권 및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떠난 후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 자리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임명제청 했다. 지난 11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고, 그로부터 4일 후인 15일 취임식을 갖으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1961년생인 은 행장은 전라북도 익산 출신으로 군산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83년 27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진출했으며 재무부 투자진흥과, 재무부 외환정책과, 행정관리 사무관 등을 지냈다.
은 행장은 과거 기재부 내에서 ‘국제금융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지난 2002년 12월 재정경제부(현·기재부) 국제기구과 과장을 지냈으며 이듬해인 2003년 재경부 금융협력과 과장을 역임했다. 이후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관, 국제금융정책국장,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한국투자공사 사장직에 올랐다.

은 행장의 이력은 현재 금융정책 수장을 맡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흡사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 위원장 역시 과거 기재부 내에서 손꼽히는 국제금융전문가로 불렸다. 최 위원장은 재경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장,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등을 지냈다.
정부 핵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 위원장과 은 행장은 오랜 기간에 거쳐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 사람은 한·중 및 한·일 통화스왑 체결 등 굵직한 현안을 함께 해결하며 신뢰를 쌓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2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은 행장 보다 2년 선배다.
은 행장은 정권 핵심 인사와의 연관성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은 행장은 ‘한국의 케인즈’라 불리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제자 중 한명이다. 정 전 총리의 제자 출신으로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국장과 윤종원 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꼽힌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정 전 총리의 제자다. 1962년생인 김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으로 80학번인 은 행장의 1년 후배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학문적 스승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다”고 밝히며 정 전 총리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낙하산논란 계기, 노조반발 임시봉합…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금융권 및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은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각종 구설수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바 있다. 대표적인 사안은 낙하산 논란에 따른 극심한 노조 반발이다. 현 정부의 실세로 평가되는 인물들과의 인연이 낙하산 논란의 단초가 됐다.
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은 은 행장의 임명제청 사실이 알려진 직후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지난 11일 임명장을 받은 은 행장은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기도 전에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출근길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조 측은 “은 행장이 과거 한국투자공사 사장직을 수행할 당시 성과연봉제를 강행했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노조의 반발은 어느 정도 잠잠해지긴 했지만 은 행장이 취임 초부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향후 수출입은행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감도 맴돌고 있다.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내부 반발을 잠재우지 않으면 피해는 수출입은행뿐 아니라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금융관계자는 “최종구 위원장, 김상조 위원장과 관련된 이력으로 인해 은성수 행장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다”며 “임시로 봉합된 노조와의 관계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구조조정 등과 관련된 현안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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