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는 대한민국 최정상 디자이너들의 비즈니스 행사이자 디자이너 패션쇼다. 지난 2000년 시작해 한국 패션산업과 함께 성장한 국내 최대의 컬렉션이기도 하다. 3월과 10월 매년 2회 F/W과 S/S 시즌으로 개최된다. 지난 10월 2016 S/S 서울패션위크가 동대문플라자에서 국내외 디자이너, 바이어, 패션관계자 등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피날레 행사에서는 참가한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시상을 했다. 박항치는 국내 패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디자이너상’을 받았다. 1971년 패션디자이너가 된 박항치는 1973년 브랜드 ‘옥동’을 론칭해 치열한 패션업계에서 40년 넘게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현역 디자이너다. 스카이데일리가 국내 패션계의 대들보인 박항치 디자이너의 옥동 사옥을 찾아갔다. ![]() |

▲ 박항치 디자이너는 강남구 청담동에 빌딩 한 채를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박 디자이너가 소유한 빌딩은 현재 ‘옥동’ 브랜드 매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빌딩 시세는 약 140억원이다. ⓒ스카이데일리
박항치(75) 디자이너는 땅값 비싼 청담동에 본인 명의의 빌딩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청담동은 1980년대 초반 인근 압구정동과 함께 고급 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서면서 패션의 메카가 될 기미를 보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부자들이 본격적으로 청담동 일대에 자리를 잡으면서, 패션 디자이너들도 명동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한국의 1세대 패션 디자이너 박항치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83년 청담동에 자리를 잡았다.
1973년 브랜드 ‘옥동’ 런칭, 40년간 디자이너 외길
삼성로 청담사거리와 청담공원앞사거리 중간에는 검은색 벽돌로 지어진 독특한 외관의 4층건물이 있다. 건물 디자인은 박항치 디자이너가 직접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현재 박 디자이너가 론칭한 브랜드 ‘옥동’의 사옥이자 의류 매장이다. 옥동 사옥 인근에는 배우 권상우, 김승우·김남주 부부 빌딩이 있다.
박 디자이너는 창작 활동이 왕성한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1973년 옥동을 론칭한 이래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컬렉션을 진행했으며, 젊은 시절 연을 맺었던 연극의 무대의상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항치 디자이너는 1983년 청담동 토지를 매입했다. 빌딩 토지 면적은 421.2㎡(약 127평), 연면적은 1072.0㎡(약 324평)다.
빌딩시세와 관련해 김윤수 원빌딩 팀장은 “청담동 지역에서도 상당히 저평가된 지역에 위치해 있다”며 “청담동 명품거리의 땅값은 3.3㎡(1평)당 3억원이지만, 이곳은 그곳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박항치 빌딩은 토지면적 당 3.3㎡당 1억1000만원씩 약 14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 박항치 디자이너는 70대가 넘었음에도 활발히 컬렉션에 참가 중이다. 그는 지난 2016년 S/S 서울 패션위크에서 국내 패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제42회 11/12 F/W SFAA 컬렉션 박항치 패션쇼. [사진=뉴시스]
청담동에 정통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이야 청담동이지, 예전 청담동은 그렇게 비싼 동네는 아니었다”며 “개별 공시지가가 처음 나온 1990년을 기준으로 하면 25년 전 박항치 빌딩 가격은 30억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983년이라면 당연히 30억원도 안 됐을 테니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킨 덕으로 박 디자이너는 1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연극배우 꿈 접은 패션디자이너, 여전히 무대의상 만들어
국내 패션을 이끌고 있는 1세대 디자이너인 박항치는 젊은 시절 연극무대를 종횡무진했던 배우였다. 대학생 시절 극단 ‘자유’에서 연극배우의 꿈을 꿨다.
연극배우를 거쳐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한 적이 있는 그는 그때에도 패션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이때 맺은 연극과의 인연으로 그는 여전히 무대의상을 만들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연극 ‘나는 너다’의 무대 의상을 손수 제작했다.
그는 연극배우 시절부터 옷을 잘 입기로 유명했다. 대학 졸업 후 배우를 그만두고 연극연출을 할 때, 배우들에게 의상 조언을 심심치 않게 해줬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배우 김지미·신성일·엄앵란 등도 박항치 디자이너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 청담동은 현재 패션의 메카로 불리는 지역이다. 청담동에는 박항치 패션디자이너 이외에도 진태옥 패션디자이너, 박준 헤어디자이너 등 유명한 패션과 뷰티 매장들이 들어 서 있다. ⓒ스카이데일리
패션에 눈을 뜬 박항치 디자이너는 1971년 본격적으로 패션산업에 뛰어 들었다. 1973년에는 당시 멋쟁이들이 찾는 명동에 옥동 매장을 냈다. 국내 패션1번지가 명동에서 청담동으로 넘어가기 이전인 1983년 그는 과감하게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청담동에 유명 패션디자이너와 헤어디자이너가 많지만, 박항치가 청담동에 정착할 당시에는 그가 이 거리의 선두주자였다.
그는 1979년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1988년 서울·도쿄 모드쇼, 올림픽 나이트쇼 등에 참가하며 성공한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다. 성공한 이후로도 박 디자이너는 40년 넘게 컬렉션을 빼먹은 적이 없다.
이런 열정 덕분에 박 디자이너는 1992년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제2대 회장에 당선돼 패션 산업을 이끌었다. 박 디자이너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동서울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40년 넘게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국내 패션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지난 9일 열린 ‘KOLSA(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 어워드) 2015’에서 패션디자이너 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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