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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연봉 황금발들, 세금없는 중동행 러시
수십억 연봉 황금발들, 세금없는 중동행 러시
[스포츠 슈퍼리치<2>]…이근호 100억, 이정수 50억, 곽태위 33억 ‘국내 1위 11억’
김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1-27 14:47:35
지난 9일 ‘2015 AFC 아시안컵’이 호주에서 개최됐다. 지역예선을 거치거나 자동진출권을 획득한 16개국이 조별예선과 8강전을 거쳤으며 현재 4강전 1경기와 결승전, 3·4위전 등 단 세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55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대한민국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 4강전에서 이라크를 격침시키며 27년 만에 결승전에 진출해 호주-UAE 전(27일 오후6시) 승자와 오는 31일 오후 6시 우승컵을 다투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6년과 1960년 이 대회 1·2회를 연거푸 제패한 뒤 지금까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통산 4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라이벌로써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스타로 이름을 떨치다가 지난해 은퇴한 박지성은 지난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물러났다. 월드컵 4강, 프리미어리그 우승, FA컵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축구선수로써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던 그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무대로 아시안컵을 선택했을 만큼 이 대회 우승에 대한 우리나라 축구계의 갈증은 상당히 깊었다. 그런데 이번 우리나라 국가대표 23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카타르·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3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6명이나 포함됐다. 이른바 오일머니를 앞세운 이들의 선수영입 방식에 우리나라의 많은 선수가 중동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중동에서 활약 중인 우리 축구선수들과 이들이 중동으로 가게 된 배경을 ‘스포츠 슈퍼리치’ 두 번째로 취재했다.

 ▲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참가 중인 우리나라 대표팀 23명 중 중동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6명(카타르·UAE·사우디)이나 포함됐다. 국가대표를 제외해도 이들 리그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은 점차 증가세에 있다. 이들 국가들이 프로리그를 육성시키는 과정에서 해외의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해 단기간 내 리그의 수준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시아축구연맹 소속 국가 선수들을 영입할 경우 영입 가능한 외국인선수의 제한이 한 명 늘어나는 ‘아시아 쿼터’로 인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선수들이 주요 영입대상으로 떠오으고 있다. 사진은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참가 중인 우리나라 대표팀 [사진=뉴시스]

과거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해외파는 J리그 출신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후 다수의 선수들이 유럽리그에 진출하며 ‘유럽파’가 ‘J리그’를 제치고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중동파’가 늘어나는 추세다. 2015 호주 아시아컵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23명 엔트리에는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 숫자가 유럽파에 밀리지 않는다. 각각 사우디아라비아 프리미어리그와 UAE 아라비안걸프리그에서 활약 중인 곽태휘와 이명주, 그리고 카타르 스타즈리그에 진출한 이근호, 조용철, 남태희, 한국영 등 총 6명이다.
 
유럽파도 6명이 포함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성용을 비롯해 잉글랜드 챔피언쉽리그의 이청용, 독일 분데스리가의 구자철, 손흥민, 김진수, 박주호 등이다. J리그 출신 국가대표는 김민우, 김창수, 김진현 등 3명에 그쳤다. 이는 중국 슈퍼리그 출신선수(김영권·김주영·장현수)와 같은 숫자였다.
 
국가대표를 제외하더라도 중동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선수들의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현재 UAE 아라비안걸프리그에는 이명주를 제외하고 김정우, 신형민 등이 몸을 담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프리미어리그에는 박주영, 유병수 등이 활약 중이다. 가장 많은 국가대표들이 뛰고 있는 카타르의 경우 전 국가대표인 이정수 등이 진출해 있다.
 
선수들 유혹하는 강력한 오일머니… 세금 안 내는 것이 최대 장점
 
축구계에서는 몇 년 사이 다수의 축구선수들이 중동리그 팀으로 속속 이적하는 현상을 두고 ‘오일러시’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머니를 쏟아 부어 세계 각국의 우수한 선수와 어린 유망주들을 자국의 리그로 편입시키고 있어서다.
 
 ▲ 자료: 대한축구협회 ⓒ스카이데일리

선수들 역시 중동행을 택하는 이유에서 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중동은 높은 연봉을 주면서도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는다. 반면 유럽의 경우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게서 50%의 세금을 떼어가며, 출장 기회를 보장받기가 어렵다.
 
현재 중동리그에서 활약하는 몇몇 선수의 연봉을 살펴보면 그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지난 2013년 국내 선수들 중 세금을 제한 연봉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 이정수는 연봉이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동 메시’로 불린다는 남태희는 연봉 10억원, 국가대표 최고참 수비수 곽태휘는 연봉이 33억원 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카타르로 이적한 이근호의 경우 소속구단인 엘 자이시SC가 계약기간 3년간의 연봉과 이적료 등을 합해 1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언론에서 보도되기도 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고가는 중동의 리그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K리그의 연봉 수준은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개된 K리그 선수들의 연봉을 살펴보면 이동국이 11억1400만원으로 국내선수 1위를 한 가운데 김신욱(10억7000만원), 김두현(8억3200만원) 이 뒤를 이었다.
 
K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은 국내선수보다 다소 높았다. 몰리나가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13억24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레오나르도(11억8500만원), 제파로프(11억1600만원) 순이었다.
 
K리그 전체 연봉 총액은 754억6200만원이었으며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9300만원이었다. 국내선수들만 놓고 봤을 때 전체 연봉 총액은 576억8700만원이었으며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6300만원에 불과했다.
 
‘아시아 쿼터(Asia Quota)’ 수혜 누리려 국내 선수들 영입 경쟁 나선 중동
 
 ▲ 대한축구협회 해외유학프로그램을 통해 레딩FC(잉글랜드)에서 유소년프로그램을 마치고 프랑스 발렝시엔FC에 입단하기도 했던 남태희(15번)는 우리나라 축구선수 중 최연소 유럽 1군무대 진출 선수라는 이력을 갖고있다. 하지만 그는 유럽무대에서 주전경쟁에 실패해 이적을 추진했고 현재 카타르 스타즈리그의 레크위야SC에서 활약하며 ‘중동메시’로 불리고 있다. 그의 연봉은 1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4일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남태희가 돌파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중동시장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찾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아시아 쿼터(Asia Quata)’를 들 수 있다. 공식명칭이 ‘#+1 Visa rules’인 아시아 쿼터(아시아 선수 할당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클럽 대회 및 가맹국의 리그에서 대회별 외국인 보유 제한과 별개로 AFC 가맹국 출신 선수 1명을 추가로 영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외국인 선수 3명을 보유할 수 있는 K리그 팀들이 AFC 가맹국 선수를 영입하게 된다면 외국인 선수를 최대 4명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활용해 보다 많은 선수를 수급하고자 하는 중동 프로축구팀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축구계의 공통된 견해다. 아시아 내에서 우수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 일본 등에 불과하고 일본의 경우 유럽 혹은 자국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해 중동진출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동 지역의 대다수 리그들이 그 수준을 올리기 위해 유명선수를 영입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한 것도 국내 선수들이 중동행을 선택하는데 크게 한몫 했다. 유소년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선수 육성보다는 단시간 내 리그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선진국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명장들과 선수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K리그, 네덜란드 에레디비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세계적인 클럽을 두루 겪은 이영표도 한 때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에서 두 시즌 가량 선수생활을 했으며 프랑스의 간판공격수 지브릴 시세도 한 때 카타르의 알가라파에 몸담은 바 있다.
 
또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으로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율리치 슈틸리케감독도 쿠웨이트의 알 아라비의 감독직을 역임했고 FC 바르셀로나, 아약스, 첼시 FC에서 코치와 감독을 지냈던 행크 텐 케이테는 현재 카타르의 움 살랄 SC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에릭 게레츠, 요제프 히커스베르거, 코스민 올라로이우 등이 현재 중동리그의 감독직을 수행 중이다.
 
전문가 “선수들 기량 향상에 도움 안 돼”…거센 중국리그 성장세도 걱정
 
 ▲ 자료: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국내 선수들의 중동 진출은 축구팬들 입장에서 반길만한 소식이지만 국내 축구계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스타급 선수들과 유망주들을 잡을 돈이 없어 이들이 K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중동 리그로 이적하는 현상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중동 리그는 K리그에 비해 그 수준이 낮고 성숙된 축구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곳이다”며 “선수들이 그곳에 가서 어떻게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겠느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시아 축구에 정통한 축구 칼럼리스트 존 듀어든도 “나이를 떠나 돈은 프로축구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며 “다만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카타르 리그 등 중동으로 떠나는 것은 한국축구계가 상당히 걱정해야 할 상황임에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은 ‘2014 세계 프로리그 랭킹’을 발표했다. 전 세계 170개 리그를 대상으로 각국의 프로리그 성적과 대륙별 클럽대항전 성적을 근거로 산출한 이번 집계에서 우리나라 K리그는 전체 24위(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스페인 프리메가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1위부터 3위를 차지한 가운데 AFC 소속 리그들을 살펴보면 사우디아라비아 29위, 일본 32위, UAE 50위, 카다르 57위 순이었다.
 
한편 56위에 오른 중국의 슈퍼리그가 향후 우리 선수들의 주 진출무대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미 국내 유망주들과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한 중국리그의 규모와 파급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이미 김영권, 장현수, 김주영, 김동진, 조용형 등 국가대표이거나 국가대표 출신인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고 다수의 유망주들 역시 중국 프로무대에 진출해 있다”며 “지리적 거리가 가깝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향후 중동에 이어 중국으로의 ‘차이나러시’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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