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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전쟁 승리...'))
중국 정부가 9월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대회’(전승절)를 앞두고 분위기 띄우기에 열심이다. 작년 9월 이래 개·보수를 위해 폐쇄됐던 베이징 항일전쟁기념관은 8일 문을 열어 예약 없이 무료 관람 할 수 있게 됐다.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부 산시(山西)성의 옛 전투 유적지를 방문했다는 관영 신화통신 보도 이후 방문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인 2015년 시 주석이 7·7사변 즉 중일전쟁 도화선인 ‘루커우챠오(盧溝橋)사건’을 기념해 베이징 항일전쟁기념관을 찾아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으나 올해엔 공산당 역할이 부각될 만한 산시성을 방문했다.
7일 오후 산시성 양취안(陽泉)시를 시찰하고 백단대전(百團大戰)기념비 광장 및 기념관을 방문한 시 주석 사진과 발언을 신화통신에서 보도했다. “항일전 열사·영웅의 업적을 추모하고 중국공산당이 항일 군민의 적개심과 용감한 외세 항전을 지도한 찬란한 역사를 되새겼다”며 “현지 혁명역사 교육과 위대한 항전정신 전승·발양 상황을 파악했다”는 내용이다. 백단대전이란 1940년 8∼12월 중공 팔로군이 일본군과 벌인 일련의 전투를 말한다. 시 주석은 백단대전을 “역사적 쾌거”로 칭하며 “우리 당이 중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를 잘 전달해 위대한 항전 정신이 대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산시성 시찰엔 ‘경제 실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동행했으며, 베이징 항일전쟁기념관 재개장 행사는 중국 공식 서열 5위인 안보 라인 수장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가 주도했다. 베이징 항일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전민 항전폭발 88주년 기념식’ 자리를 빌어 차이치도 공산당이 항일전쟁의 주역이었음을 거듭 역설했다. 항일전쟁기념관은 1982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기술에 반발해 1987년 만들어졌다. 2005년 대규모 리모델링을 한 해당 기념관은 작년 10월부터 이달 초 새단장을 한 후 재개장했다. 당초 1320㎡ 규모였던 전시 공간이 작년까지 6700㎡로 늘었고, 올해 지하 전시장을 추가해 총면적이 1만2200㎡로 더 확대됐다.
기념관 주변은 관광단지 형태로 개발된 상태다. 이날 개시된 전시 주제가 ‘민족해방과 세계평화를 위해’였고 중공의 항일투쟁 역할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차지한 공헌, 일본군 만행 등 8개 부문으로 이뤄졌다. 사진 1500여 장 등 총 5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 반복 상영 중인 영상들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재생하거나 고화질로 재연한 것들도 있다. 일본 731부대의 생체 실험 등 기록물 전시 코너에선 중국 관람객, 이날 초청된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솟았다는 소식이다. 기념관 관계자 주장에 따르면 동북 지역에서 활동하던 일본군이 항복 후 독극물 등을 땅에 묻어 토양 오염을 유발해 왔다.
한편 산시를 찾은 시 주석은 기념관 첫머리에 전시된 마오쩌둥의 언급 즉 “전쟁 역사상 기이한 일” “중화민족의 쾌거” “경천동지할 위업” 등 간략한 구절을 길게 재해석했다. “위대한 중국인민 항일전쟁이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의 동방 주전장(主戰場)을 열었다. 민족을 위기에서 구하고 독립과 인민 해방을 실현하기 위한, 세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위대한 사업이 찬란한 역사책으로 남길 만한 공헌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다만 세계 학계의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선 항일전쟁의 주역이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였다는 게 팩트에 의거한 정설이 돼 가고 있다. 희생 정도 역시 국민당 쪽이 훨씬 컸다고 이들 학자들은 파악한다. 마오쩌둥 본인이 훗날 “장제스 없었으면 우리가 승리 못했을 것”이라는 유명한 회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이야말로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때 전쟁 배상을 요구하지 않아 일본을 감복시킨 실질적 이유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을 승전국으로 규정하며 그 중심에 공산당을 둔 시각이 지난 10여 년 부쩍 강해진 것을 정치적 서사로 보는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혁명에 관한 통념을 뒤엎는 전문 연구서로 네델란드 출신의 세계적 중국학자 프랑크 디쾨터의 3부작이 대표적인데, 2010년부터 순차 간행된 ‘해방의 비극(1945~57)’ ‘마오의 대기근(1958~62)’ ‘문화대혁명(1962~76)’ 등이다. 특히 ‘중국을 위한 싸움’(하버드대, 2011)은 “전쟁의 95%를 국민당이 수행했다”고 짚었으며, ‘마오: 감춰진 이야기’(장융, 2005) 또한 공산당이 항일보다 국공내전에 집중했고 “항일전쟁은 권력 확보 수단”이었음에 주목한다.
1945년 9월2일 일본이 미국 항복 문서에 서명한 날을 피해 3일로 정해진 전승절은 중화인민공화국(1949) 수립 이후 오래 잠잠하다가 시진핑 정권 들어선 지 2년 후인 2014년 공식 국가지정기념일로 부활해 대규모 열병식 등으로 이날의 의미를 국내외에 각인시켰다. 항일 드라마가 많이 제작돼 인기를 끈 것도 시 주석 등장 이후의 현상이다. 하나같이 ‘항일전쟁은 곧 공산당의 승리’라는 강한 메시지가 부각됐다. 기본 의식주를 해결한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내건 중국몽이 시진핑 2기부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설명되기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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