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노래 제목이 아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상담 프로그램 이름이다. 서울시는 2023년 7월 전국 최초로 ‘돌봄 고독정책관(3급)’ 직제를 신설하고, 지난 4월부터 외로움·고립감을 느끼는 시민에게 24시간 운영하는 ‘외로움 안녕 120’ 전화 상담을 시작했다.
시행 두 달 만에 5000건이 넘는 상담을 했고 절반 이상이 외롭다며 그냥 대화를 나누기를 원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2024년에 1002만 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2024 한국의 사회 지표에 의하면 우리 국민 중 21.1%가 ‘외롭다’고 느낀다고 한다.
이제 외로움은 더 이상 특정 직업이나 연령대를 대표하는 표징이 아니다. 그냥 사람이니까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 문제를 전담할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 위험이 비만이나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한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이보다 앞서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일본은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했다. 한국의 이재명정부도 외로움 대응 정책 전담 차관을 지정해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인, 1인 가구 등 주요 계층별 맞춤형 대응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유명인이라면 이런 ‘외로움’에서 좀 자유로울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종목을 바꾸어 프로 골프에 도전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21년 4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군산CC 오픈에서 17오버 파를 기록했다. 야구로 치면 투수가 한 타자에게 만루 홈런을 두 방 맞은 것과 같은 굴욕적인 기록이다. 야구라면 선수 교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골프니까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비슷한 외로움을 겪었다. 2020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공을 물에 세 번이나 빠뜨리고 7오버 파를 쳤다. 경기 후 그는 “이 스포츠는 가끔 엄청나게 외롭다. 혼자 싸워야 한다. 아무도 마운드에 올라와 나를 데려가지 않는다. 교체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업하는 사장에게 외로움은 어떻게 다가올까. 사장에게도 친구·가족이 있고 소통할 직원과 임원들도 많은데 왜 외톨이가 된다는 걸까. 개인적인 성격 때문일까,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일까. 사장이라는 리더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상황 때문일까.
경우는 다르지만, 박찬호나 타이거 우즈와 맥락은 같다. 사장은 의사결정의 최상단에 위치하면서 동일한 눈높이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상대가 거의 없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진 채 혼자 결정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기댈 곳이 없다 보니 아마도 그 무게감이 배로 느껴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의 크기가 클수록, 권력이 강할수록, 조직이 클수록, 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리더는 외롭다. 필자 또한 과거 사업을 하면서 외로움으로 수없이 고민하고 홀로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특히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사장은 특히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어떠한 통계도 경험도 들어 본 적 없는 길, 지도에 없는 길을 선택하면서 나아가는 사람이다. 각종 회의나 개인적인 자문이나 의견 교환이 아무리 원활할지라도 최종 결론 국면에서는 본인 말고는 그 누구도 책임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래서 통상 사장은 모든 회의나 미팅의 말미에 항상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최종 결론은 사장님이 잘 판단해서 결정해 주십시오.”
그들은 이 말을 남기고 마치 남의 일인 양 무심하게 떠난다. 결국 사장 홀로 남게 된다. 이 순간부터 오롯이 그의 외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뭔가를 결정할 권한이 가진다는 것은 동시에 엄청난 외로움을 동반하는 일이다. 그게 사장 본인의 선택이고 감내해야 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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