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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조선 왕실이 1920년 금융 담보로 조선식산은행에 제공했던 관월당(觀月堂)이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본 가마쿠라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으로부터 관월당 부재 전체를 양도받았다고 24일 밝혔다.
관월당은 어떻게 일본에 건너 갔나
관월당은 1920년대 조선왕실에서 금융 담보로 조선식산은행에 제공했던 건물이다.
조선식산은행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산하의 특수은행으로 조선의 자금을 흡수해 일본인에게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등 식민지 경제 개발을 지원했던 은행이었다.
조선식산은행은 재정난에 처해 야마이치증권에서 융자를 받았는데 이때 답례로 관월당을 넘겨주었다. 졸지에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넘어간 관월당은 한동안 야마이치증권의 설립자 스기노 키세이의 도쿄 자택 마당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관월당이 도쿄에서 가마쿠라의 고토쿠인으로 옮겨간 시기는 1934∼1936년으로 추정된다. 부수지 않고 해체해 옮긴 것에 대해 각계에서는 매우 놀랍다는 반응이다.
가마쿠라는 도쿄역에서 JR 요코스타선 열차로 55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고도쿠인은 일본 정토종의 사찰이다.
고토쿠인에는 11m 높이의 청동 아미타여래좌상(국보. 13세기 제작)이 있다. 관월당은 이 대불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눈 밝은 이는 맞배지붕으로 된 이 3칸의 건물이 한국에서 온 것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관월당은 왕실 불당이었나
관월당의 원래 위치와 용도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근대건축 전문가 김정동 목원대 명예교수는 ‘일본을 걷는다’(한양출판, 1997년)에서 궁궐 내 불당인 내불당(內佛堂)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건축문화유산 분과 위원장인 전봉희 교수는 관월당의 건축 형식, 평면 구성, 규모로 볼 때 왕실의 대군(大君)급 사당 건축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관월당에는 용·박쥐·거미 무늬의 암막새 기와가 사용됐고 목 부재 전체가 단청으로 되어 있었다. 용무늬 기와는 궁궐 건축의 재료였으며 단청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 왕실 사당의 특징이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관월당은 18∼19세기에 조선 왕실의 사당 건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하고 있다. 다만 경복궁 내부는 아닌 서촌 어디쯤에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한편 일본 고도쿠인 내에서 관월당은 관음보살을 모시는 법당으로 사용돼 왔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어떻게 한국에 다시 오게 됐나
해외로 건너간 건물 전체가 한국으로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일본의 일한불교교류협회 측과 관월당 건물을 한국으로 귀환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협의가 중단됐다.
2019년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고토쿠인 측과 다시 논의의 물꼬를 텄고 작년에 극비리에 해체가 이루어졌다. 부재가 다 건너오기까지 국가유산청과 고토쿠인은 6년간 활발한 대화를 이어갔다.
사토 다카오(佐藤孝雄) 고토쿠인 주지는 기증 의사를 밝힌 후 건물을 해체하고 부재를 옮기는 비용을 자비로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관월당 부재는 경기도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공유유산이 된 관월당. 복원과 관련해 창건 당시 모습을 추정해 복원할지, 해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복원할지, 부재를 그대로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의사 결정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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