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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 내 안의 드래곤 길들이기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6-25 00:02:55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교수
지구상에서 가장 용맹하다는 바이킹만 모여 사는 작은 섬, 족장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 아내가 드래곤에게 희생당한 후 혼자 키우는 아들 히컵이 영 변변치 않다.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이 소년에게서 바이킹의 용맹함은 찾아볼 수 없다. ‘할 수 없지, 기술이라도 배워라’ 하는 심정으로 아이를 대장장이의 조수로 보냈다.
 
그런데 딱 봐도 연약한 이 사춘기 아들이 드래곤 쯤이야 물리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어느 날 히컵은 아버지의 허락도 안 받고 스스로 만들었다는 발명품을 밤하늘에 쏘아댔다. 아버지에게선 꾸중만 잔뜩 들었지만 히컵은 그래도 자기가 드래곤을 맞혔다고 우긴다.
 
어느 날 숲속에서 소년은 부상당한 드래곤과 마주친다. 바로 자신의 무기에 맞은 그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은 소년을 해치지 않았고 소년 또한 드래곤을 죽이지 못하고 돌아선다. 그 후 소년의 발걸음은 다시금 숲으로 향하고 드래곤이 부상으로 날지 못함을 알게 된다. 연민과 측은함으로 소년과 드래곤은 조금씩 우정을 다져 간다. 소년은 대장장이 기술을 발휘하여 드래곤의 꼬리에 날 수 있는 기구를 장착해 주고 투슬리스란 이름도 붙여 주며 함께 비행한다.
 
바이킹 마을에서는 해충 같은 드래곤을 말살하기 위한 작전이 진행된다. 그 일환으로 족장의 아들을 포함한 젊은 소년·소녀들을 모아 특공대 훈련을 시작한다. 드래곤 투슬리스와 점점 친해진 히컵은 드래곤을 다루는 법을 체득하게 되고 결국 최고의 전사로 뽑힌다. 하지만 드래곤을 구슬리는 히컵의 전투법은 족장인 아버지의 방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소동이 벌어진다. 드래곤의 둥지를 말살하러 나간 족장과 전사들은 위험에 처하고 히컵은 드래곤의 도움을 받아 특공대와 함께 바이킹 마을을 위해 평화를 쟁취한다.
 
2010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된 드래곤 길들이기의 실사판 영화가 최근 개봉되었다. 제작사가 대한민국을 첫 번째 개봉국으로 삼아서 화제가 되기도 한 어린이용 영화이다. ‘무거운 주제는 아니겠지하고 가벼운 맘으로 보러 나갔는데 뜻밖에 눈물을 흘렸다. “녀석도 나처럼 두려워하고 있었어라는 대사 때문이었다. 어떻게 드래곤과 친구가 되었냐는 소녀 아스트리드의 진지한 질문에 히컵은 이렇게 단순하게 답했다.
 
히컵은 소심한 소년이다. 족장인 아버지의 기대는 바윗돌처럼 무겁고, 부족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며 또래조차 대놓고 그를 경멸한다. 이 모든 상황은 그를 두려움 속에 빠뜨린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그는 더 용맹한 척해야 했다. 그런데 숲에서 전설적인 드래곤인 나이트 퓨어리를 만난 순간, 그는 두려움을 잊었다. 적인 드래곤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낀 것이다. 히컵은 상처받은 드래곤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감동을 안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심리학자 칼 융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림자는 무의식 속에 억압되거나 거부된 자신의 한 부분이다. 스스로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성(性) 감정, 욕망, 본능 등은 그림자 형태로 무의식 속에 자리잡는다. 우리는 자신의 어두운 면인 그림자에게서 등을 돌리고 억압해 버린다. 두려움 때문이다.
 
만약 그림자가 만천하에 공개된다면 생존조차 힘들 수 있다. 바이킹족과 드래곤의 대결은 우리 마음 속의 전쟁을 상징한다. 강력한 야수성의 드래곤은 평생 해치워야 할 주적이다. 바이킹은 드래곤이 두렵다’. 드래곤 특공대 소년·소녀들이 드래곤과 대치하는 장면도 그렇다. 창을 움켜쥔 눈빛과 행동에는 두려움만 가득하다.
 
히컵의 새로운 방식, 드래곤 길들이기는 우리 안의 그림자와 만나는 과정이다. 나의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전사, 위대한 투사는 다름 아닌 자신을 이기는 자이다. 공자도 말했다.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중대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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