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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첫날부터 대통령경호처 대신 경찰의 전담경호대를 유지하며 경호 체계에 변화를 줬다. 대통령실 업무 개시 현장에서는 “무덤 같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전임 정부의 인수인계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일정을 포함해 첫 외부 공개 일정 대부분을 경찰과 대통령경호처의 ‘이중 경호’ 체계 속에 소화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정문 게양대에는 국가수반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두 달 만에 다시 올라갔다.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4월4일 이후 공석 상태였던 대통령직에 이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대통령실의 공식 상징도 복귀한 것이다.
경찰청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대선 후보 시 운용되던 전담 경찰경호대가 기존 경호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 후에는 기존 경찰 경호가 해체되고 경호처가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지만, 이 대통령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경찰 경호가 지속되고 있다. 배경에는 경호처 내부 일부 인사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자택에서 “경호처 인사 검증이 될 때까지 경찰 전담경호대를 유지하고, 경호처는 경비구역 밖으로 물러나 있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경호처 측에 같은 취지의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이를 저지하는 데 관여한 경호처 일부 인사가 잔류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 윤석열 정부 당시 핵심 인사들이 내란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경호처 내부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이날 경호처 서열 2위인 차장직에 박관천 전 경정을 내정했다. 박 전 경정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인물로, 최근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신속대응단 부단장을 맡았다.
경호처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경호처의 한 관계자는 “개혁의 신호일 수는 있지만, 박 전 경정이 과연 도덕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사인지에 대한 회의가 있다”며 “보안이 핵심인 조직에 적합한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첫 출근 후 기자회견에서 전임 윤석열 정부의 인수인계 부실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용산 사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다. 아무것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할 직원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재 시스템도 없어 서명하려 해도 인주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국정의 연속성과 업무의 시급성을 고려해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일반직 공무원들의 즉시 복귀를 지시했다”며 “취임 첫날 물리적으로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황인권 신임 대통령경호처장을 소개하면서도 전임 정부 경호 관행을 겨냥했다. 그는 “앞으로 대통령 출근한다고 길 너무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출근길이 불편했고 사실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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