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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세상만사] “자유·인권… 영화 통해 세상 봅니다”
북한 인권 시작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 수호 나서
사상 초유 상영 금지 처분, 영화인들 목소리 내야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10 00:05:00
▲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인희 집행위원(65)·김규나 집행위원(56)·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63).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2021년에 시작,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가 개막식 당일인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5일간 서울시 종로구 CGV 피카디리1958에서 관객들을 맞았다. 스카이데일리는 1일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제 3일 차를 맞은 극장은 오가는 관람객들로 분주했다. 원활한 영화제 진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집행위의 노고가 느껴졌다. 이번 인터뷰엔 △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63) △황인희 집행위원(65) △김규나 집행위원(56) 등 3명이 참여했다.
 
2021년 인권 영화제로 출범한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2022년에 국제 영화제로 승격됐으며 올해로 5회를 맞이했다. 북한 인권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자유와 인권, 정의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매년 엄선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북한 인권을 넘어 전 세계 인권까지
 
▲ 허은도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북한의 민낯을 다룬 영화 ‘태양 아래’를 본 뒤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는 북한의 민낯을 다룬 영화 ‘태양 아래’(감독 비탈리 만스키·2015)를 본 뒤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북한에 다녀온 사람들의 평양 찬양은 많이 들어 봤지만 늘 의구심이 있었어요. 북한 주민들의 현실적인 생활은 어떨지 궁금했죠. 이 영화를 보면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잘 꾸며진 평양의 모습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깨닫게 되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기 버스가 멈춰서자 북한 주민들이 내려서 버스를 미는 장면이었어요.”
 
황인희 집행위원도 북한 인권 영화를 소개했다.
 
“이번 영화제 상영작 중 ‘열한 살의 아라리’라는 작품이 있어요. 북한 인권의 현실이 워낙 처참하다 보니 이를 다룬 영화도 어두운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감성 다큐멘터리입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미가 있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어요. 꼭 보셨으면 하는 작품이에요.”
 
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는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서울락스퍼영화제를 시작한 계기가 됐으며 점차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인권 문제로 범위를 넓혀 가게 됐다고 했다.
 
“저야 오랫동안 영화 업계에 몸 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제 쪽으로 관심이 갔어요. 처음에는 북한 인권의 실태를 알릴 목적으로 시작했고 탈북해서 중국에 머무는 북한 주민들을 보고 중국 인권 문제도 다루기 시작했죠.”
 
자유와 인권, 정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 김규나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은 중국 인권을 다룬 영화에 대한 상영 금지 처분에 대해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스카이데일리
 
“파란색 락스퍼의 꽃말은 자유와 정의, 인권이에요. 향기롭지만 피우기도 굉장히 어려운 꽃이구요. 저희 영화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닮은 점이 많아요.”
 
김규나 집행위원은 ‘락스퍼’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락스퍼 꽃은 여러 색상이 있는데 그중 파란색을 띠는 락스퍼의 꽃말을 따서 영화제의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매년 ‘자유’를 슬로건으로 영화제를 진행했어요. 올해 슬로건도 ‘자유를 그리다’입니다. 자유와 함께 정의와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전하고 있어요. 하나 하나가 다 의미가 있는 좋은 작품들이에요. 매년 힘든 고비를 넘겨 올해 5년 차에 이르렀습니다.”
 
황인희 집행위원은 “영화제가 5회를 맞은 것도 기적에 가깝다”는 말로 현실의 고충을 표현했다. 특히 올해는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제 개막작 ‘국유 장기’에 대해 갑자기 상영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중국 인권 문제 다룬 영화들 여러 편, 상영 금지돼
 
“메가박스에서 상영하기로 했던 ‘국유 장기’는 하루 전날 밤에 일방적으로 상영 불가 통보를 해 왔어요. 영화 상영은 영화제와 극장과의 관계를 떠나 관객과 극장과의 약속인데요. 다 예매가 된 상태인데 느닷없이 취소가 돼서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김규나 집행위원은 상영 금지 처분이 매우 놀라웠다고 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에요. 마약·술·담배를 다루는 영화도 상영이 되는데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가 갑작스럽게 상영이 중지된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요. 매년 집행위원을 맡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오늘은 국유 장기를 못 보지만 내일은 또 어떤 영화를 못 보게 될지 알 수 없죠.”
 
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도 소회를 밝혔다.
 
“신생 영화제이다 보니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비싼 대관 비용을 감수하고 여의도 KBS홀에서 개막식을 했어요. 그래야 더 많은 분이 주목하고 찾아와 주실 것 같아서였죠. 매년 예산 압박도 있고 늘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올해는 개막작인 국유 장기의 상영 금지가 제일 안타깝습니다. 관객과의 만남을 박탈당한 셈이거든요.”
 
그는 영화인들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상영 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영화인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는지 놀랍다는 생각이 들어요.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가 박탈당하는 것을 묵인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같죠. 영화 하나 제대로 상영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것인지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자유를 다 잃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진정한 영화인이라면 이 같은 사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개막작인 국유 장기(State Organs)는 캐나다의 레이먼드 장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실종된 두 젊은이를 20년간 추적하며 중국의 장기 적출 실태를 고발한 영화다. 현재 중국은 반체제인사·파룬궁 수련자 등을 대상으로 장기 적출과 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 이 작품은 미국·일본·대만 등지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으며 2023년 리오 국제영화제 최우수 음악상, 2024년 인디페스트 영화제 특별 언급상을 수상했다.
 
기자는 국유 장기 외에 또 상영 불가 통보를 받은 작품이 있는지 궁금했다. 
 
김규나 집행위원은 “국유 장기 말고도 ‘영원한 봄’ ‘마싼자에서 온 편지’ 등 중국의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상영 금지됐어요. 중국 공산당의 독재와 폭력을 고발한 영화들이 상영되지 못했죠.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문의를 해도 속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어요.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그 외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묻자 집행위는 국제영화제임에도 서울시에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고충을 전했다. 
 
“서울시의 영화제 지원 예산이 작년에는 15억, 올해는 14억입니다. 영화제가 얼마의 예산을 지원받을지를 심사하는 기준에 자부담 비율도 들어가요. 락스퍼영화제는 30%라는 높은 자부담 비율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편파 지원이고 심사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지원받던 시 예산과 단체 후원도 끊기다시피 해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관객들의 응원과 사명감으로 매년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는 락스퍼영화제의 관람 열기가 뜨거운데도 예산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현장 실사를 나오지 않고 단지 서류로만 심사를 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의 경우만 봐도 영화를 7편 이상 상영하는데 그중 5편이 전석 매진됐습니다. 대부분 무료 상영이라 관객들이 많이 왔을 수도 있지만 신생 영화제에서 이 정도 성적은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영화가 호평을 받고 관람객이 넘쳐나도 현장 심사를 나오지 않네요.”
 
“또 국제 영화제 예산 심사는 전문 인력이 담당해야 하는데 매년 1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배분할 수 있을 만큼의 전문적 식견을 지닌 담당자가 배정돼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서울 시민의 혈세로 예산이 쓰이는 만큼 보다 섬세하고 적극적인 심사가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황인희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은 “영화제가 5회를 맞은 것도 기적에 가깝다”는 말로 현실의 고충을 표현했다. ⓒ스카이데일리
 
 
인터뷰 말미에 스카이데일리 독자들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집행위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년 영화제를 찾아 주는 시민들을 보며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락스퍼국제영화제의 취지에 공감해 주시고 계속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해마다 성장하는 영화제를 보며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뭔지 새삼 와닿곤 합니다. 그것이 저희의 사명이고 존재 이유라 생각합니다.”
 
 
◆ 프로필 
 
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 
△前 위드시네마 대표 △前 명보아트시네마 대표 △現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 △영화 ‘방황의 날들’ 제작(2007) △영화‘나무 없는 산’ 제작(2008)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 라이프’ 등 수입
 
황인희 집행위원 
△前 월간 샘터 편집장 △저서 ‘서해 바다를 지킨 영웅 한상국’(2024) △저서 ‘하루를 살아도 당당하게’(국립 세종 도서관 사서가 뽑은 이달의 우수 도서 선정·2022) △저서 ‘6·25가 뭐예요’(2020) △저서 ‘역사가 보이는 조선왕릉 기행’(조선일보 논픽션 부문 대상·2010) 등
 
김규나 집행위원 
△現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연재 ‘소설 같은 세상’) △現 이코노믹조선 칼럼니스트(연재 ‘시네마 에세이’) △저서 ‘칼’(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부문 당선, 2007)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226화(트러스트 미, 2024) △저서 ‘체리레몬 칵테일‘(2019),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201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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