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 만점자 아니면 꿈도 못 꿔… 주거 안정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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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에 실효성 의문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0 11:21:50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이 게시 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시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장기전세주택Ⅱ(미리내집) 정책이 4차 모집에서 서류 점수 만점(10점)을 받지 못하면 당첨 자체가 불가능했다.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와 완화된 신청 요건 덕에 수요가 몰렸지만 제한된 공급 물량 탓에 실질적 수혜자는 극히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거 안정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20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4차 장기전세주택Ⅱ 모집에서 총 25개 주택 타입 모두 당첨 커트라인이 만점으로 나타났다. 정량 기준인 서울시 거주 기간(최대 5점)과 주택청약저축 납입 횟수(최대 5점) 외에는 별도 평가 항목이 없는 단순한 구조다 보니 변별력이 사라지고 사실상 만점이냐 아니냐가 당락을 갈랐다.

총 공급 물량은 367가구에 불과했지만 평균 경쟁률은 64.3대 1, 최고 경쟁률은 무려 759.5대 1에 달했다. 공급 물량 중 상당수는 인기 지역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등에 몰려 뜨거운 경쟁을 부추겼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지난해 서울시가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 또는 6개월 내 혼인 예정인 예비부부에게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장기 임대하는 파격 정책으로 도입됐다. 자녀를 출산하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주거 안정을 통한 출산율 제고라는 목표 아래 설계됐다.

하지만 신혼부부와 청년층 상당수는 만점 경쟁에 밀려 입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신청자는 “서울에 10년 이상 살고 청약저축도 꾸준히 넣었지만 만점이 아니라 탈락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실질적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구조에서는 정책의 본래 목표인 출산율 제고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만 폭증할 경우 정책의 상징성은 있어도 실효성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장기전세주택Ⅱ를 3500가구, 내년부터는 연간 4000가구 규모로 확대 공급할 방침이다. 또 기존 아파트뿐 아니라 비아파트 형태의 매입임대주택도 장기전세 물량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근본적인 해법은 공급 물량 대폭 확대와 함께 점수 체계의 정교화가 병행돼야 한다. 출산을 유도하고 주거 안정을 실현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실현되려면 누구나 도전 가능한 구조가 아닌 다수가 당첨 가능성이 있는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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