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수감 중인 멕시코 마약 밀매 카르텔 거물이 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덜기 위한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치 멕시코 안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멕시코 주요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포르물라’ 인터뷰에서 “전날(12일) 호아킨 엘차포 구스만과 그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 일가가 미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이 미 수사당국의 조사에 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약 유입에 맞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촉구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성의 있는 화답이 작동한 가운데 나온 소식이다. 전날 오후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가 엘차포 가족 17명이 커다란 여행 가방을 여러 개 소든 채 티후아나 국경을 육로로 건너 샌디에이고 샌이시드로 검문소로 향했다고 전했으며, 이들이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함께 모처로 이동했다는 현지 일간지의 보도가 나왔다. 당국에선 이를 오비디오의 마약 밀매·납치 등 혐의 형사재판과 연관된 움직임으로 파악한다.
오비디오는 미국에서 종신형 복역 중인 아버지 엘차포를 대신해 다른 형제와 함께 세계 최고 악명의 마약 밀매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우두머리로 활동했다. 2023년 1월 시날로아주(州) 주도인 쿨리아칸 도심에서 대규모 체포 작전 끝에 붙들려 그해 9월 범죄인 인도 형태로 미국에 이송됐다. 다수의 미국 내 사망자를 낸 ‘좀비 마약’ 펜타닐의 주요 공급·유통처로 시날로아 카르텔이 꼽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혐의자들을 고강도 처벌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멕시코 언론이 짚었다.
시카고 소재 일리노이 북부연방지방법원에서 재판 중인 오비디오가 최근 태세를 바꿔 유죄를 인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로이터통신이 미 법원 기록을 인용해 “7월9일 예정의 형량 변경 관련 심리에 피고인 직접 출석 예정” “검찰과 그의 변호인이 양형 합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멕시코 일간들은 엘차포 가족의 미 입국도 ‘가족 신변 보호’ 등 일련의 형량협상 조건 중 하나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멕시코 당국 분석에 따르면 시날로아 카르텔은 현재 내부에서 세력 다툼 중이다. 이 과정에 과거 엘차포 일가가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하나의 마을을 이뤄 살던 지역 커뮤니티는 와해됐으며 반대파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각자도생 중이라고 한다. 멕시코 안보장관은 엘차포 가독의 미국행을 “시날로아 카르텔의 더 많은 세포 조직이 오비디오 측에 폭력을 행사하고자 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면서 “미 법무부에서 부여한 (감형) 기회를 잡겠다는 판단 아래 그의 가족이 멕시코를 떠났다는 게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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