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의료개혁 정책의 일환인 의대 증원 문제로 1년 넘게 의정 갈등이 지속 중인 가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희생되고 있는 의대생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의대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복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대다수 의대생은 복학할 의사가 거의 없으며 상당수는 유급을 각오한 채 투쟁을 이어가려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휴학 중인 의대생 A씨는 “상황이 좋아지면 복학하고 싶지만 현재는 복학 의사가 크지 않다”라고 했으며 사직 전공의 B씨는 “현재 의사 커뮤니티만 봐도 전공의보다는 의대생들이 훨씬 강경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복귀한 학생을 두고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라며 공개 비판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복학을 원해도 주변의 시선에 그러지 못하며 희생당하는 의대생이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A씨는 “(선배·동기 눈치 때문에 복귀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라며 “설령 눈치를 주지 않더라도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주최한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 관계자는 “25학번 의대 신입생 얘기를 들어보니 부모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가라 하고 선배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오지 말라 해서 아침에PC방으로 출근하더라”라며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의료계 안에서는 아직 면허도 없는 젊은 학생들이 의정 갈등의 볼모가 되어버렸다며 이제는 선배들이 나서서 후배들이 돌아가게끔 길을 열어주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지역의사회 간부 C씨는 “선배 전공의들이 후배 의대생들에게 ‘면허가 없는 너희들은 앞으로 이 정국이 계속된다면 피해자가 되니 들어가라’라며 선배들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했다.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학생들의 희생을 부추기는 선배 의사들, 참 비겁하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 말을 믿을 수 없기에 지속적인 투쟁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적어도 후배들을 인질로 삼지는 말고 링 위에 올라가서 싸워야 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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