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말 시끌벅적 3대 질환에 대한 주요 치료비 이슈가 보험시장에서 한바탕 훑고 지나갔다.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너무 급작스럽게 해당 보장들을 판매 중지하는 결정이 내려졌고 이에 가입을 고민하고 있던 분들이 뒤늦게 가입을 서둘러 하는가 하면 너무 촉박하게 이 사안이 다뤄진 터라 미처 가입하지 못한 분들도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필자의 경우 해당 보장가입을 위해 서둘러 가입심사를 보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있어 결국 가입하지 못한 사례들이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말 크게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실손보험 혜택을 위한 진료행위가 보험 가입에 있어서는 진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것이다. 한 번씩 강조하는 내용이기는 하나 과거부터 이어져 오는 보험시장에서의 상품 변화를 지켜보고 유추해 봤을 때 이 부분이 정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실손혜택을 위한 의료행위에 대하여 양심적으로 지양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필자가 관리하고 있는 보험계약은 대략 4000건 내외가 된다. 이 중 실손보험과 관련된 계약은 정확히 추려보지는 않았으나 이 중 5분의 1 정도는 해당될 것으로 추측한다. 그렇다면 평소 실손보험 보상과 관련된 문의를 얼마나 받을까. 하루 이틀에 한 통씩은 꾸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 중 잊을만하면 항상 단골소재로 문의를 받는 내용이 있다. 바로 실손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 “어떻게 병원에 이야기를 하면 되느냐” 또는 “입원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냐”고 묻는 질문이다. 실제 이와 유사한 질문들은 유명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기에 정말 많은 분들이 이와 관련된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필자의 답변과 생각은 어떨까.
고지식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질문에 있어 긍정적인 답변을 절대 주지 않는다. 원리원칙이라는 것도 있지만 갈수록 보험상품들이 진화하면서 이러한 보험금 청구 이력에 관한 부분으로 추후 좋은 가격의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그에 상응하는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보험금 청구 이력 없이 건강한 사람들이 훨씬 더 저렴한 보험료로 가성비 있게 보험 가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청구 이력이 발목을 잡는 경우 보험 가입은 문제 없으나 그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보험시장에 유병자 상품이 최초로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예측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유병자 보험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 가입하는 보험상품에서도 더 건강한 사람들을 추스려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보험가입을 할 수 있게 만들면서 보험금 청구 이력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사고나 질환이 찾아와 실손보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이와는 상관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부러 실손보험 혜택을 더 받고 싶어서 일부러 입원을 선택하거나 아픈 증상을 거짓 고지해 허위 또는 과잉 진료를 받게 된다면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보험을 가성비 있게 준비하고 싶을 때는 이와 관련된 부분이 자칫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면 한다.
현재 실손보험의 허위 및 과잉진료와 관련해 금융당국을 비롯해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증거를 가지고 현장을 잡아내면 되겠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손보험의 보장에 관해서는 비용의 문제이다 보니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고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은 아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부단히 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노력하는 모양새다. 그 중 하나가 지금의 건강보험 가입 조건에 대한 제시인지는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거 5년 동안의 보상력과 치료력을 보던 것과는 달리 현재 시점 기준 10년 전까지의 병력을 지켜보고 더 저렴한 보험료를 제시하는 만큼 앞으로 이러한 공격적인 상품 개발을 더 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우연한 사고 또는 질환이 발생했을 때 보상을 받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 보험이다. 절대 실손보험이 있으니까 뭐라도 보상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며 정말 저렴한 보험료로 보험 가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실손 혜택을 쫓는 진료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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