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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대기업 H&B매장 상생논란(下-GS·신세계)
대통령의지 역행 허창수·정용진 무서운 골목욕심
헬스·뷰티제품 외에 음료·과자 등 만물상 방불, 소상공인 피해 가속화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14 00: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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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뷰티(Health&Beauty)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H&B매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매장 인근 소상공인들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H&B매장 내에서 화장품·건강보조식품뿐 아니라 과자·음료수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주변 상인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아래로 롯데그룹 롭스, GS그룹 왓슨스, 신세계그룹 부츠 ⓒ스카이데일리
 
몸집을 불려나가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헬스·뷰티(Health&Beauty·이하 H&B) 매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화장품·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H&B 매장에서 과자·음료 등 품목을 늘려가면서 매장 인근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상생협력 의지에 역행하는 행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CJ그룹 올리브영, GS그룹 왓슨스, 롯데그룹 롭스, 신세계그룹 부츠 등 대기업이 사업을 벌이는 H&B 매장은 사실상 ‘규제 없는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일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과 동일한 품목을 판매하면서도 관련 규제·규정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판매 품목을 무분별하게 늘려도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H&B 매장의 개념이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아왔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영업방식인 탓에 관련 규제·규정 마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각 업체 간의 경쟁 가속화로 매장수가 빠르게 늘고, 입점 위치도 무분별해지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H&B 매장과 인접한 곳에서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명백한 골목 상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분별하게 판매 품목을 늘려 편의점식 운영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상인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의 상생협력 상황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통공룡들의 도 넘은 행태…“허창수, 文대통령 의지에 반기 들었나”
 
유통업계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1999년 CJ그룹 ‘올리브영’을 시작으로 △GS그룹 ‘왓슨스(Watsons)’ △롯데그룹 ‘롭스(LOHB's)’ △신세계그룹 ‘부츠(Boots)’ 등이 H&B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올리브영이 국내 H&B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기업들은 관련 시장 진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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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H&B 브랜드 간에 출점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일례로 GS그룹 왓슨스는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비판을 샀다. 사진은 지하철 7호선 면목역에 위치한 GS 왓슨스(사진 위)와 면목역에서 약 200m 거리에 떨어진 동원시장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각 기업 간에 출점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에 없던 잡음들이 하나 둘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논란은 골목상권 침해다.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점포 밀집지역에 진출한 후 기존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을 넘어 과자·음료, 잡화 등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대기업 계열 H&B매장으로 몰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실제 소비자들은 H&B매장에서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B매장의 무분별한 영업 행태로 인한 골목상권 피해가 우려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롯데 롭스 건대로데오점을 방문한 김유경(35·여) 씨는 “H&B 매장에서 화장품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기서는 무엇이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 딱히 목적 없이 둘러보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평소 H&B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손승기(31·남) 씨는 “요즘 같이 더운 날 외근을 하다 보면 목이 말라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찾기도 하는데 H&B 매장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어 점포가 보이면 방문한다”며 “최근에는 번화가뿐 아니라 동네에도 H&B 매장 많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H&B 매장이 골목상권 곳곳에 무분별하게 입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그룹 왓슨스는 H&B 매장 출점 경쟁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에 불을 지핀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지하철 역사 내에 입점하면서 주변 상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왓슨스는 전국 지하철 역사 내 총 1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왓슨스 매장이 들어선 지하철역이 번화가가 아닌 주거 밀집 지역이라는 점은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주택가에 위치한 소규모 점포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서울 동북권의 주거 밀집 지역인 중랑구 내 지하철 7호선 상봉역·면목역·사가정역사 내에는 각각 왓슨스 매장이 들어서 있다.
 
면목역은 약 200m 거리에 전통시장인 동원시장이 위치해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특히 거센 편이다. 동원시장 내에서 18년째 화장품 매장을 운영중인 이인복(61·여) 씨는 “예전과 비교하면 요즘은 장사가 형편없다”며 “대기업들이 브랜드 우후죽순 생기는 와중에 지하철역에 H&B 매장이 문을 여니 당해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씨는 “이런 건 정부 차원에서 제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상봉역 인근에서 30년 이상 슈퍼마켓을 운영해 온 예명자(71·여) 씨는 “편의점 등이 생겨나는 통에 날로 영업이 힘들어지는데 지하철역에 생긴 H&B 매장에서 과자나 음료수를 팔고 있으니 뭘 먹고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상생협력에 반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H&B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그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H&B 매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피해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났다.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H&B 매장의 출점으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입은 소매점포는 조사대상 총 727개 중 380개(52.3%)나 됐다. H&B 출점지역 800m 이내 소매점포 중 85.1%는 ‘적자 또는 현상유지’라고 답했다. 경영 악화가 시한 업종은 슈퍼마켓, 화장품소매점, 약국, 편의점 등의 순이었다.
 
약국 논란 번진 신세계 부츠…“정용진, 하다하다 동네 약사 가운까지 벗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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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그룹가 운영하는 H&B매장 ‘부츠’는 약국 운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대다수의 약사들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동네 약사 가운까지 벗기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하남스타필드 부츠 매장 내에 위치한 약국(사진 위)과 인근 하남시 덕풍동 소재 약국 ⓒ스카이데일리
  
최근에는 개인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도 대기업 계열 H&B 매장으로 인한 생계 위협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하남 스타필드에 문을 연 H&B 매장 ‘부츠(Boots)’ 때문이다. 해당 매장 내에는 약국이 들어서 있다. 그곳에서 약사가 직접 약을 제조·판매한다. 약국은 약 32㎡(약 10평) 규모다.
 
해당 약국에서는 일반약과 전문약(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약)을 모두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해당 매장에 대해 다른 물건을 사면서 약까지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개인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하남스타필드 인근에 위치한 약국 관계자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약국 사업까지 넘보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부츠의 약국 운영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단초가 될 ‘법인약국’의 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제4차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보건의료서비스 과제를 밝혀 한 차례 논란이 일었었다. 당시 논의된 내용에는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약국영리법인 등의 담겨 있었다. 당시 대다수의 약사들은 약국법인화과 관련해 대기업 주도로 영리 추구 목적의 기업형 약국이 등장 가능성을 우려했다. 개인 약국들은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대책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부츠의 행태는 논란을 부추길만한 요소가 충분하다는 게 약사들의 지적이다. 하남시 신장사거리 인근의 선한약국 관계자는 부츠 내 약국 입점에 대해 “기업형 약국과 다를 바 없다”며 “박근혜정부 시절 내세운 약국법인화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부츠가 매장 수를 늘리면서 지속적으로 약국을 입점 시킨다면 단체 행동도 불사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인근의 상록수약국 관계자는 “H&B 매장의 약국 입점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약국들이 하나 둘 생겨날 것이다”며 “지금 당장은 타격이 없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결국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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