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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이제 문화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AI는 단순히 효율성 향상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이제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감정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본격적으로 창작의 무대 중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기술은 이제 예술 창작의 동반자처럼 여겨진다.
기존에는 작가나 예술가가 문장·멜로디·이미지를 고심 끝에 만들어 냈다면 요즘은 몇 초 만에 이를 비슷하게 구현해 내는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를 잡고 감정을 구성·편집하는 능동적 창작 주체로 진화한 것이다.
최근 무대에 오른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세계 최초로 뮤지컬 창작 과정에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이 작품은 1인극과 콘서트를 결합한 실험적 형식을 취했다. 이 작품에서 AI는 극작과 작곡의 초안을 제시하고 장면 구성에 구조적 방향을 제공하며 창작 초기 단계에서 아이디어 엔진의 역할을 수행했다. 기술이 예술의 영감을 자극한 셈이다. 이는 AI가 기술의 도입을 넘어 창작의 씨앗을 제공하는 과정에까지 깊숙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놀라운 진보이자 가능성의 확장이지만 동시에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문화와 예술은 본질적으로 기술의 정교함보다 인간 내면의 표현에 가치를 두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유려한 문장을 쓰고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한다 해도 인간 창작자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삶의 경험과 감정의 결, 고뇌의 흔적을 온전히 담아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예술 작품은 기술적 완성도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작품에는 작가의 시선이 녹아 있고 그것이 감동을 만든다.
이와 함께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와 기존 저작물의 무단 학습에 대한 논란 또한 중요한 쟁점이다. AI가 기존 작품들을 학습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원작자의 동의 없이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권리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나아가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인간의 개입이 없는 AI 창작물도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등 기존의 법적, 윤리적 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과제들이 쌓이고 있다.
창작 현장에서는 AI가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시나리오의 구조를 짜 내고 캐릭터의 외형과 목소리를 디자인하며 대사까지 생성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창작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AI가 함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지만 인간 고유의 표현성과 문체, 감정의 결은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기술이 창작의 전 과정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인간의 상상력과 감정과 고유한 창작 언어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AI는 표현을 구체화하는 붓으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창작자의 손 자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창작의 시작점은 언제나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 되어야 한다. 그 여정에 AI가 동행할 수는 있지만 방향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진정한 협업은 창작자가 주체가 되고 AI는 그 가능성을 넓히는 도구로 존재할 때 성립한다. 기술은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대변하기 어렵다. 대신 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을 더 멀리 확장해 주는 반사경이 될 수 있다.
지금 문화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AI를 창작의 대체자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인간 중심 창작의 가치를 지키며 기술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문화산업의 미래는 기술보다 태도에 달려 있다. 기술 하나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 콘텐츠의 감동은 언제나 현장의 땀과 예술가의 고뇌 속에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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