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1º
습도 75%
춘천 33º
습도 60%
대전 26º
습도 95%
)
원자력 산업은 발전소 건설과 더불어 해체와 정비 수요도 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탈원전에서 벗어나 발전소 건설을 고민하는 가운데 해체하거나 정비해야 하는 발전소가 많아서 먹거리가 늘었다. 고리 원자력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한국 원자력 산업에 새로운 먹거리들이 생기고 있다.
신 원전 시대 정비·해체 수요
원자력 발전소는 경제성과 전력 생산 효율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사고가 나면서 탈원전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2020년대부터는 전기요금 급등과 탄소 배출 문제 등으로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려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탈원전 정책에 앞장섰던 EU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체 발전원인 천연가스 공급에 위협을 받으며 유럽 국가들이 탈원전 정책을 폐기 중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 외에도 기존 원전들을 더 확실히 관리할 방법을 찾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원전들의 수명이 다하거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 수명은 30~40년으로 알려졌다. 설비 개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신형 원전 기준으로도 60년 정도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심각한 원자력 발전소의 특성상 지속적인 정비가 필요하며 수명이 다한 원자력 발전소를 해체하더라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전에 건설됐던 원자력 발전소들의 수명이 다해가는 시점에서 원전 사업이 신규 건설뿐만 아니라 정비와 해체 분야에서도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없는 것은 경험뿐… 첫걸음 뗀 원전해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6월26일 오후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를 승인했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며 2017년부터 가동이 중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21년 5월 고리 1호기 최종 해체 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했으며 최근에는 해체 승인 사전 작업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리 1호기 해체에 걸리는 예상 시간은 영구 정지 전 준비 2년과 안전관리 및 사용 후 핵연료 반출 5년에 더해 해체(6년)와 복원(2년)까지 약 15년으로 예상되며 해체 비용만 872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리 1호기 외에도 다수의 원자력 발전기가 수명 연장 심사를 앞두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는 한국 기업들이 원자력 해체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원자로 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의 영구 정지된 원자료 개수는 214기에 달한다. 이 중에서 해체된 것은 25기뿐이다.
국제 원자력 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22개국에서 215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됐으며 2050년까지 약 600기 이상의 원전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원전 해체 시장은 최대 5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일본, 스위스뿐이다. 상업용 원전을 해체한 경험을 가진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한수원은 원전 해체와 관련된 총 96개에 달하는 해체 핵심 기술 중 58개의 상용화 기술을 확보했다. 나머지 38개 기술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제염 작업도 국산 기술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한국 기업들이 고리 1호기 해체로 얻은 경험과 실적을 증명할 수 있다면 원전 해체가 미래 산업으로 떠오를 수 있다.
원자력 산업 관계자는 “원전 해체 사업 경쟁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기술은 좋은데 경험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다수 들을 수 있었다”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주에 필요한 해체 관련 데이터를 완전히 갖추려면 해체 작업이 모두 끝나야 하기에 15년이 걸린다. 다만 원전 해체를 완전히 한 업체에 맡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각 단계가 끝나 데이터를 갖춘다면 해외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원자력산업환경복원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필요한 기술력의 88~90% 정도는 갖춰졌다고 보고 있고 나머지 10%는 각 국가 환경에 적응하는 영역이다”며 “아직 해체 사업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중수로 해체는 한국이 처음인 만큼 이 부분을 잘 살리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원전 해체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한수원과 한전KPS와 함께 원자로 해체 기술 개발을 진행했으며 해체 공정과 해체 장비에 대한 개념 설계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건설 또한 인디안 포인트 원전 해체 사업에서 용역을 포함한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원전 해체 사업에 참여했다. 또한 한수원이 발주한 해체 원전 부지 오염 및 규제 해재 안정성 평가 과제에 참여해 원전 해체와 관련된 기술을 쌓았다.
원전 정비 요청 줄이어
노후 원전 정비 또한 수요가 높다. 한국전력기술(한전KPS)이 6월30일 따낸 전국 원자력발전소 기전설비 정비 계약 규모 4건 규모만 9101억 원이다. 이는 연간 한전 KPS 매출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민간 기업도 일감을 따내고 있다. 발전 플랜트 종합정비기업 수산인더스트리는 각각 329억 원과 524억 원의 기전 설비 정비 공사를 수주했다. 한국에서 쌓은 경험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한수원 컨소시엄은 2024년 12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을 수주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2억8000억 원이며 한수원 참여 물량은 1조2000억 원이다. 정비 기간은 2027년 시작하며 약 2년 9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 외에 한수원은 브라질 앙그라 원전 2호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정비사업을 수주했으며 이 외에 폴란드 원전 설비 개선 사업 등 몇 개의 프로젝트를 더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수주도 기대된다.
신규 원전이 늘수록 정비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 LS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체코 정부와 두코바니 5·6기 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준공 직전 시운전 정비 및 가동 전 검사를 담당하며 연내 한수원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다만 2029년 착공하고 2037년 준공 예정이기 때문에 매출 발생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은 “모든 원전은 주기적으로 정비를 해야 하기 원전 수에 비례해 정비 수요가 있다”며 “현재 한국의 원전 정비는 한전 KPS에서 담당하며 소리 소문 없이 수주를 계속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