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본격 가동된 지 열이틀째다. 최우선 과제는 정부조직 개편이다. 정부조직 개편의 주된 명분은 대내외 환경과 시대정신 변화에 따른 행정 효율화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을 알리는 효과적 수단이자 공약(국정과제)을 이행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도 있다.
여하튼 급변하는 21세기 4차 산업시대를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우리나라가 앞장서 이끌어 가는 ‘명작(名作)’을 도출해 내야 한다.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대한민국’ 건설의 설계자로서의 책무가 크다.
정부조직 개편은 부처가 수행하는 기능과 역할 및 그 수행 방식의 변화를 초래해 부처 핵심 자원의 재편을 일으키기에 집권 세력에게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권한 행사 수단이 돼 왔다. 노무현정부의 과학부총리 신설, 이명박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 통합, 박근혜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문재인정부의 행정자치부·안전처 통합한 행정안전부 설치, 윤석열정부의 국가보훈부 승격 등이 그랬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부 부처 분화와 통합·조정의 원리에 따라 이뤄지길 기대한다. 분화의 원리는 부처의 전문성·기능·절차 등이 동질적이거나 상호연관성이 높은 경우 이를 한 조직으로 묶어 독립된 조직 단위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리이다.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 때문에 에너지 문제를 관장하는 독립부처를 만들자는 야당 일각의 주장이 이에 해당한다.
통합과 조정의 원리는 분화된 조직들의 조정에 비용이 발생하고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거래비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궁극적 권한과 책임을 부처의 최고 책임자에게 집중하도록 하자는 것에 기반한다. 정부 부처의 수를 대폭 줄이고 부총리제를 확대 시행해 업무 중복 부처들을 실무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범여권 일각의 주장과 상통한다.
이 시점 정부조직 개편은 무엇보다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 위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국민에 의한 통치가 가능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법의 지배 안에서 국민이 자유를 누리며 시민적 덕성을 실천하는 견제·균형의 정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정부가 되겠다는 약속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재명정부는 민주성과 공무원의 책임성을 드높이는 활동을 앞세워야 한다. 공익이 정부의 조직과 공직자 행위에 전사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고, 공공가치의 증진을 위한 정부와 공직자의 역할이 중요함을 절실히 인식하고 국정을 펴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주권정부는 권력 분산형 정부조직 개편이 시대조류임을 인식하길 당부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는 국정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작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게 온당하다. 대통령 스스로 ‘내가 다 챙긴다’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욕심을 버리고 수직적·위계적 정부 운영 시스템을 혁파해 과감한 권력 분산과 권한 위임을 하는 게 마땅하다. 권력 분산과 권한 위임을 통해 정부조직 전체에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변화가 유발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예컨대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산업 진흥·통상 협상·에너지 자원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통상 부문과 산업진흥 파트를 독립 부서로 분리 독립시키고, 에너지 자원 부문도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환경부 등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대통령실 기능 축소도 고려될 수 있고, 행정 각부 중심으로 국정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그래야 국무총리도 실질적으로 국정 분담을 할 수 있고 공직사회 전반의 활력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나 공직자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새 정부가 더 나은 정부조직으로 국정을 제대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서 성공하는 정부로 역사에 남길 바란다. 국정기획위의 시대적 사명이 무겁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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