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금 우리 안보와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미국이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전격 폭격하자 이란은 중동 내 미군기지 타격으로 맞서며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전면 휴전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갈등이 일단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미국·이란 핵 협상 여부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상존해 유가 급등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가 급등은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개연성이 짙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물류 요충지다.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지난다.
설상가상 미국의 ‘관세 폭탄’은 이미 한국 경제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 영향으로 5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16.3% 감소한 3억2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월부터 발효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품목별 25% 관세 조치의 영향으로 관세 부과 전 이뤄진 거래 덕분에 지연됐던 관세 충격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달 4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함에 따라 향후 대미 수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구나 미국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이 설비를 보완해 고부가 철강 제품을 생산하면 한국산을 대체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 철강 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상업 생산 개시 시점은 2029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수출도 큰 장애물을 만났다. 미국이 4월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 중인 자동차의 5월 대미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32.0% 급감했다. 그나마 자동차 수출의 급감 속에서도 이차전지(33.6%)와 석유제품(23.1%) 같은 품목의 수출이 뚜렷한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대미 수출 감소율이 그나마 한 자릿수에 머물 수 있었다.
한국으로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함께 줄어든 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면적인 미·중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서 두 나라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유탄’이 튈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수출 한국호’가 거대 쓰나미·폭풍에 휩싸여 있는데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은 7월8일에 종료된다. 한·미 양국은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를 끌어내 합의를 봐야 한다. 양국은 4월에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로 의제를 좁히기로 한 바 있다.
방위비 협상과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 등도 양국 간에 놓인 중요 과제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4년 기준 GDP 대비 2.8% 수준을 부담하고 있는 한국도 GDP 5%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국방 예산이 천정부지로 불어난다는 점이다. 그만큼 다른 분야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든다.
사안이 이러하므로 한시라도 빨리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 및 통상 현안을 풀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재명정부의 실용외교가 시험대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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