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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의 폭발적인 인기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초기 시장 형성 상황에서 비만치료제가 과연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지 한때의 유행에 그칠지 판단은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GLP-1RA 계열의 ‘위고비’(세마글루티드)가 국내 출시된 이후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전에도 제니칼·큐시미아·삭센다 등 신약 출시 때마다 높은 수요가 있었지만 이번 열풍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국내 출시에 앞서 미국을 시작으로 주1회 비만치료 주사제형에 대한 과열된 열풍으로 인해 한동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급 부족 의약품’ 목록에 추가한 이후 3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 연말이 돼서야 해제됐다. 이는 국내 출시가 지연된 사유이기도 하다.
위고비는 2형 당뇨병치료제로 개발된 이후 비만 적응증을 확보한 시점부터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의 대표의 트윗이 비만치료제 열풍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는 위고비가 당뇨병 치료제라는 본래 목적과는 다른 다이어트 수단으로 과용될 조짐의 시작이기도 했다.
약물이 제공하는 손쉬운 체중 감량 효과에 매혹된 이들이 증가할수록 근본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비만은 단지 약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현상이 아님에도 생활습관, 식단, 스트레스 관리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공중보건학적 과제라는 점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간과됐다.
또한 비만치료제의 통상적인 승인 또는 허가된 적응증은 환자의 체중 감량 및 체중 유지를 포함한 체중 관리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제로서의 투여에 한정됨에도 날씬해지고자 하는 욕망 앞에선 의미 없는 사용설명서 정도로 치부된다.
다른 비만치료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높은 비용과 그로 인한 의료 접근성의 불평등이다. 비만약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고가의 약값이 개인에게 전가된다. 현재 약값을 기준으로 GLP-1RA 계열 비만약을 장기 복용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백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결과적으로 비만치료제가 일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만 접근 가능한 특권적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비만치료제 복용을 중단할 경우 원래 체중으로 되돌아온다는 임상데이터가 보고되는 상황에서 약물의 지속 가능성 자체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즉, 약물 치료는 평생 지속해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 한계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로 사회적 비용과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면 비만치료제가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관리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우려는 비만치료제 열풍이 오히려 비만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만의 근본 원인인 불규칙한 식습관과 신체활동 부족 등은 외면한 채 약물이라는 간편한 해결책만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비만의 근본 해결을 위한 공중보건학적 접근에 대해선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비만약의 바이럴 마케팅이 과도하게 확산된 데에도 큰 책임이 있다. 광고인지 경험담인지 그 경계선상의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넘쳐난다. 광고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수준으로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비만약의 효과를 과장하거나 간편한 해결책으로 홍보하는 일이 흔하다.
문제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의 바이럴 마케팅이 합법인가 하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전문의약품은 처방이 필수적이며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 직접적인 대중광고는 금지된다. 하지만 비급여 약품이라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바이럴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약물이 실제 처방 목적과 다르게 미용적 목적으로 소비되는 문제도 지적한다. 소수이긴 해도 일부 병·의원에선 비만 환자를 위한 약물 처방보다는 ‘쉽고 빠른’ 다이어트를 강조하는 암묵적인 마케팅에 동의하듯 처방전을 쉽게 발행한다.
해외에서도 비만약 열풍과 그 이면의 양상들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비만치료제를 통해 단기간에 살을 뺀 모습을 공개하면서 비만약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에 FDA는 올해 초 비만을 만성 재발성 건강 위험에서 만성질환으로 재정의하면서도 부작용의 우려 등을 고려해 생활습관 개선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우 치료제의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접근을 권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 역시 비만약 열풍에 대응해 보다 체계적인 지침과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 비만은 국민 건강의 주요 위협 요인이지만, 약물 치료에만 의존한 접근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오히려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절한 운동 습관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약물 치료는 보조적 수단으로 한정할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급여를 통한 접근성 개선에 대한 논의에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비만치료제의 과도한 열풍을 계기로 비급여 약물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방법 등을 짚어 보는 고민의 시작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만치료제와 더불어 비급여의 대표주자격인 탈모나 발기부전치료제 등의 경우 지금까지 관리가 허술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탈모의 경우 해당 적응증이 없는 약제가 처방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실태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처방의 근거가 되는 논문 등을 기반으로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최소한의 논의나 합의 과정도 없었다.
여름 시즌을 앞두고 빠른 체중 감량을 위한 일시적인 광풍인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해외 사례에 비춰 볼 때 비만치료제가 인기있는 다이어트 수단으로 여겨지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요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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