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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선택 없는 BCG 국가 백신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24 00:02:30
▲허승아 산업경제부 기자
태어나 가장 먼저 맞는 백신은 결핵 예방 백신, BCG(Bacillus Calmette-Guérin)다. 1회 접종으로 정부가 무료로 제공한다. 문제는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다.
 
90년생에게는 익숙한 ‘불주사 자국’이 2000년대생에게는 낯설다. 이유는 간단하다. 흉터나 고름 등 피부 반응이 생길 수 있는 피내용 무료 백신 대신 자비로 10만 원을 지불하고 경피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많지 않은 자식에게 처음 맞는 주사로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무료 접종이 있음에도 유료 접종을 택하는 건 단순히 결핵 예방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 백신 하나만으로도 정책의 허술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핵은 여전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선 주요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결핵 유행 국가에서 생후 1개월 이내 BCG 접종을 권고한다. 한국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관건은 접종 시기가 아니라 접종 방식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평가받는 한국이 수십 년 동안 피내용 BCG 백신만을 고집하고 있는 현실은 낙후 그 자체다.
 
경피용 백신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다천자 방식으로, 흉터가 거의 없고 피부 반응도 적다. 그럼에도 정부는 피내용만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WHO 권고에 따른 결정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경피용 접종 비율이 피내용을 넘어섰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피내용 백신 수급 부족이 영향을 미쳤지만 이미 2000년대생부터 팔뚝에 자국이 없는 것을 보면 경피용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흉터가 있으면 30·40, 없으면 10·20이라 불린다. 국민이 선택하지 않는 방식을 정부는 여전히 고수한다. 이는 비용 등 효율성을 넘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다.
 
이제는 접종 방식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세대가 바뀌었고 인식도 달라졌다. 정부가 읽지 못하는 것은 단지 주사 방식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대 정신이다.
 
더 중요한 물음도 있다. 우리는 왜 결핵 백신 하나조차 국산화하지 못했는가. 왜 일본산 경피용 백신을 수입하고 덴마크산 피내용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백신은 공공재이지만 동시에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제약사는 수익이 되지 않으면 백신을 개발하지 않는다. 정부의 투자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BCG 백신조차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한때 확보했던 결핵균 균주조차 관리 실패로 폐기됐다.
 
K방역, 백신 주권, 바이오 주권을 외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선택지도 없고 국산화에도 실패했다. 그 결과는 아이의 팔뚝에 생애 첫 흉터로 남는다. 백신 접종방식에 대한 고집도 그대로다.
 
이제는 되묻고 결정할 때다. 공공의료란 저렴한 선택지 하나만 제공하는 무상공급인가, 아니면 국민에게 합리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인가.
 
BCG 백신부터 바꿔야 한다. 피내용 백신만 공급하는 국가 정책은 수요와 완전히 어긋나 있다. 경피용도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시켜 최소한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의료는 국민이 선택할 수 있을 때 신뢰를 얻는다. 태어나 처음 맞는 주사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그것은 예방이 아니라 통제다. 저출생 시대, 첫 주사만큼은 경피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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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아   2025-07-07 09:55 수정          삭제 얼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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