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전년 대비 662억2000만 달러 늘어나며 큰 폭으로 확대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차별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을 상대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중국과의 무역에서는 3년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경상수지는 990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 전년(328억2000만 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특히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가 1182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종전 역대 최대인 2023년(877억6000만 달러)을 뛰어넘은 규모다. 상품수지는 1089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였고, 상품 수출은 1818억 달러로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 또한 배당 수입 증가 등으로 184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대미 경상수지 확대의 주요 원인은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등 수출 증가와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따른 본원소득 증가가 꼽힌다. 자동차 등 소비재와 기계류, 반도체 제조장비 등 자본재 수출이 견조한 미국 소비를 기반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반면 중국과의 경상수지는 290억4000만 달러 적자로, 2023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상품수지 적자 역시 325억3000만 달러로 역시 두 번째로 많았다. 중국으로의 상품 수출은 반도체 부문에서 일부 증가했으나, 화공품과 석유제품 수출이 줄었고, 상품 수입도 축전지(이차전지)와 화공품 중심으로 감소했다.
김성준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 국제수지팀장은 대미 흑자와 대중 적자의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중국 경상수지는 미·중 통상 갈등으로 중간재 수출 감소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의 내수 부양 정책이 경기 회복을 견인할 경우 수출이 회복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상수지의 경우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모두 크게 늘었으나, 향후에는 흑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일정 수준 이상의 흑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는 127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년보다 적자 폭이 축소됐다. EU에 대한 경상수지는 선박과 정보통신기기 수출 증가로 170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경상수지는 565억2000만 달러 흑자로, 반도체 수출 증가와 운송 수입 개선이 주요 원인이었다. 중동 지역 경상수지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자재 수입 감소로 690억2000만 달러 적자를 보이며 전년보다 다소 개선됐다. 중남미와의 경상수지는 화공품과 곡물 등의 수입 감소로 65억4000만 달러 흑자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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